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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말 특사 꼭 강행해야 했나

등록일 2013-01-30 00:07 게재일 2013-01-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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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들끓는 반대여론을 무릅쓰고 임기말 특별사면을 강행했다.

청와대는 국민통합을 특사의 명분으로 제시했으나, 여론은 청와대의 설명에 동조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이 여론의 뭇매를 맞더라도 한 달 정도만 견디고 퇴임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처럼 명분 없는 특사를 강행한 이 대통령의 하산길이 편안치 않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 대통령은 특별사면안을 다룬 국무회의에서 “정부 출범 때 사면권을 남용하지 않을 것이고, 재임 중 발생한 권력형 비리 사면은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고 하면서 “이번 사면도 그 원칙에 입각해서 실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말에 동의할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까.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임기말 특사 자체가 사면권의 남용이라고 지적해왔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임기말 특사 관행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면권은 남용됐다고 봐야한다.

권력형 비리사면은 없을 것이라던 이 대통령의 다짐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특사에 포함되면서 물건너갔다. 두 사람은 권력형 비리의 상징처럼 부각됐던 인물들이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사면과 관련해 초심을 잃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듣기에 민망하고 거북하다. 게다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연루됐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과 돈봉투 전달자로 지목된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모두 이 대통령의 `이너서클`에 몸담았던 사람들이다. 이런 상황에서야 용산참사 관련 철거민 5명의 잔형을 면제해 주고, 친박계의 대표적 인물인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를 복권해 준 것이 대통합보다는 `측근 특사`를 희석하기 위한 물타기 시도로 읽혀질 수 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이번에 자신이 나서지 않으면 `MB정부 개국공신`들을 도와줄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특사를 강행했을 수 있다. 만약 이 대통령이 그런 생각에서 이번 특사를 강행했다면, 헌법적 권한을 사사로운 신세를 갚는 일에 사용한 것이라는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 대통령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임 대통령들도 했던 임기말 사면을 놓고 왜 이번에만 유독 문제를 삼느냐고 억울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때도 이번처럼 노골적인 `제식구 구하기`특사는 아니었다. 새누리당에 같은 뿌리를 두고 있는 박근혜 당선인마저도 반대했다는 사실이 이번 특사의 성격을 무엇보다 극명하게 드러내준다고 본다. 임기 5년의 대통령직을 마치고 물러날 이명박 대통령이 왜 임기말 특사로 비난을 자초하는 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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