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역사 유적이나 유구가 산적한 경주지역에서 신라 우물에 대한 학술대회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 그동안 신라 우물은 타 유적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농경이 중심이었던 우리 전통사회에서 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으로 높기에 그 기능적 측면이나 역사 및 설화,문화 등에 대한 학술적으로 새롭게 접근하자는 취지는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우물은 인간의 삶에서 가장 기본적인 일상의 장소이자 삶의 토대였고, 신라 왕경지역에서 흔히 발견되는 유구이다. 하지만 신라 왕경지역에서 발견된 200여 기의 고대 우물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가 크게 미흡했다. 우물은 전통사회에서 사람들의 생활에 있어 필수적인 식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해주던 역할을 했던 중요 설비다. 또 우물의 성격과 기능은 이런 생활상의 필요라는 실용적인 면을 넘어 신화적·민속적·사회적 기능과 함께 당시 문화를 보여줘 다양한 이야기 거리가 생산되는 곳이다.
특히 신라 `건국신화`는 우물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신라 건국시조인 박혁거세의 탄강장소는 나정(井)이라는 우물이었다. 그리고 그의 비(妃)인 알영은 `알영정`이라는 우물가에서 나온 계룡에 의해 출생했다는 설화가 이어지고 있다. 이밖에 고려 건국도 우물과 연관이 있는데, 왕건의 할아버지인 작제건과 결혼한 서해 용왕의 딸 용녀는 우물을 통해 서해를 왕래하던 존재였다는 고려사 기록도 있다. 이렇듯 건국신화에서 우물은 건국시조가 탄생하는 장소이거나 혈통을 내세우는 상징적인 장소가 되고 있다. 또한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인물이 출생하는 신화적 공간이라는 상징성은 반드시 국가가 아니더라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왕위에 등극하는 경우라든가, 새로운 세상의 도래를 가져다줄 민중의 영웅이 변혁을 꿈꾸는 장소로 등장한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그동안 사학계에서 쟁점이 됐던 첨성대의 기능에 대해서도 논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첨성대는 별자리를 관측하는 유적으로 널리 알려진 가운데 이 유적이 인간세계와 신의 세계를 연결하는 우주목(cosmic tree)의 한 형태인 `우주우물`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따라서 이 학술대회가 고대 우물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라는 주요 기능도 있지만, 사학계의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경우 대회의 성과가 더 크지 않을까 한다.
앞으로 경주시와 관계기관은 학술적, 역사적 가치가 있는 우물은 국가문화재로 지정하고, 주변을 정비·개발해 관광자원화함으로써 관광객을 유치하는 고급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