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금은 버틴다고 될 상황이 아니다. 정치권에 지지를 호소해서 임명 동의를 받아낼 수 있는 여건도 아니다. 그런데도 물러나지 않고 버티는건 무책임한 일이다. 5부 요인으로 꼽히는 헌법재판소장 자리가 비어 있는 상태다. 자신의 거취 문제 때문에 국가 요직인 헌재소장의 공백을 장기화시키는 건 헌법재판관을 지낸 후보자가 할 도리가 아니다. 오래 버틸 수록 헌재 수장으로서의 자격없음을 스스로 드러내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청와대는 이 후보자의 거취에 대해 `대통령직 인수위와 새누리당이 결단을 내려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명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박근혜 당선인과 충분히 상의한 인선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인수위와 새누리당은 지명권자인 이 대통령이 알아서 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나 몰라라`하는 형국이다. 양측 모두 무책임한 태도다. 잘못된 지명임이 분명해졌다면 하루라도 빨리 철회하는게 옳고, 당선인측도 바로 잡아달라고 요청해야 마땅하다.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빨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책임있는 태도다.
자진 사퇴를 거부하는 이동흡 후보자의 처신은 검증 문제가 불거지자 곧바로 물러난 김용준 총리 후보자와 대조를 이룬다. 고위 공직자로서의 흠결이 있는 사람은 알아서 공직을 사양하는 것이 도리이겠지만, 지명 이후 결정적 문제가 불거졌다면 최대한 빨리 자진 사퇴하는게 모두를 위해 좋다. 후보자가 사퇴를 거부한다면 신속히 지명을 철회하는게 다음 순서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국가 요직의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소모적인 논란만 키울 뿐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려는 마당에 검증에서 사실상 낙마한 후보자가 어깃장을 놓는 일이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