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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와 외교부의 충돌, 국회서 해결해야

등록일 2013-02-06 00:02 게재일 2013-02-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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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법 개정 문제를 놓고 대통령인수위원회와 외교통상부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외교통상부에서 통상기능을 분리해서 산업통상자원부에 넘기는 정부조직법 시안을 놓고 당선인측과 정부 부처가 힘겨루기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김성환 외교장관이 통상기능 분리를 “헌법을 흔드는 것”이라고 반발했고, 이에 맞서 진 영 인수위 부위원장이 “궤변이자 부처이기주의적 발상”이라고 공박하는 모습은 상명하복의 관료사회 문화를 감안할 때 매우 낯선 풍경이다. 외교통상부는 업무특성상 국내 정치권과 각을 세울 일이 거의 없고, 이권을 다퉈온 부처도 아니다. 그런데도 `하극상`내지`항명`으로 비쳐질 수 있는 행동을 하고 나선 이유가 뭘까. 곧 외교부를 떠나는 김성환 장관이 `소영웅 심리`에서 부처이기주의의 총대를 메고 나섰을 것 같지는 않다. 베테랑 외교관의 안목으로 국제정치, 외교환경, 통상추이 등을 두루 고려해서 통상기능을 외교통상부에 존치하는 게 더 나은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싶었을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김 장관이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인 국가대표권과 조약체결권을 위임받은 각료는 외교장관이라고 주장하며, 정부조직개편 문제를 헌법의 영역으로까지 끌고간 것은 적절한 대응방법이 아니었다. 가뜩이나`순혈주의`와`배타주의`가 유독 강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외교부가 영역지키기에 나섰다는 인상을 풍길만한 주장이었다. 당장 판사출신인 진 영 부위원장은 조약체결권을 어느 각료에게 위임하느냐는 대통령의 권한인만큼 김 장관의 주장은 월권이라고 역공을 취했다. 박 당선인이 집권 청사진에 맞춰 정부조직개편을 하기 위해 인수위가 외교부 제압을 시도한 형국이다.

사실 이 문제는 법리논쟁으로 따질 사안은 아니다. 박 당선인이 집권후 펴 나갈`통치 행위`에 해당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외교통상부에서 통상기능을 분리해야 하는 절박하고도 납득할만한 이유가 제시되지 않은 채 일방통행식으로 진행된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 성안작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면 얘기가 달랐을 것이다. 박 당선인은 `통상기능 분리`반대론에 대해 “부처간 이기주의·칸막이만 없애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외교부에 통상기능을 그대로 놔두고, 이기주의와 칸막이를 제거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도 나올 법하다. 현상변화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명쾌한 이유와 배경 제시가 없었기에 나오는 의문이다. 결국 솔로몬과 같은 지혜를 찾는 일은 국회가 맡아야 한다. 심도있는 논의와 토론을 통해 새 정부의 얼개가 제대로 짜여질 수 있도록 국회가 충실한 `감리역`을 수행해야 한다. 견제와 균형은 행정부 내부가 아니라, 입법부와 행정부 사이에서 이뤄지는 게 자연스럽고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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