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은 의혹 제기에서부터 검찰의 수사, 재수사에 이르기까지 무려 2년이나 걸려 사건의 윤곽이 밝혀졌다. 검찰은 2010년 6월 1차 수사에서 총리실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을 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봉합하려다 부실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어 장진수 전 지원관이 “청와대가 증거인멸에 입막음까지 했다”고 폭로하자 2012년 3월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재수사에 착수했고,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을 구속했다. 또 진경락 전 지원관실 총괄기획과장을 구속 기소하고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불구속기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불법사찰의 `몸통`이나 윗선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실체를 밝혀내지 못해 `부실·면죄부`수사라는 꼬리를 떼지는 못했다.
검찰 재수사에서는 지원관실이 벌인 사찰 사례가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우선 사찰대상자 중에는 전현직 국회의원 10명, 고위 공직자 8명, 전현직 자치단체장 5명. 재벌그룹 회장, 종교인 등이 망라돼 지원관실이 전방위 사찰을 벌였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이름이 밝혀진 인사 중에는 이용훈 전 대법원장, 박원순 전 아름다운재단 이사(현 서울시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서경석 목사가 있었다. 이들은 사법부 수장이거나 공직과는 관련이 없는 민간인이었고, 공직지원관실의 사찰을 받을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직무권한을 넘는 일이고, 있어서는 안될 사찰이 이뤄졌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다.
인권위의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일 뿐 강제성은 없다. 그래서인지 인권위 권고를 실질 수용하는 비율은 70%에 불과하다. 민간인 사찰은 이미 불법성이 밝혀진 만큼 인권위의 이번 권고를 놓고 이견은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권고는 정당성과 타당성을 확보한 상태다. 그런 의미에서 인권위가 국회의장과 국무총리실에도 조치를 권고한 대목은 눈여겨 봐야 한다. `국가기관의 감찰 및 정보수집 행위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입법조치 할 것`과 `공직기강 확립의 절차적 적법성을 가이드라인으로 정하고 사찰피해자의 권리구제를 지원할 것`이란 게 그 내용이다. 모쪼록 이런 권고가 전폭 수용돼 후속조치가 신속히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