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정홍원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69)이 지명됐다. 경남 하동 출신으로 성균관대 법정대를 졸업한 정 후보자는 대검 중수부 3과장, 부산·광주지검장과 법무연수원원장 등을 지낸 특수부 검찰 출신 법조인이다. 특히 지난해 4.11총선 때는 새누리당 공직자후보추천위원장을 맡아 공천개혁을 주도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정 전 이사장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무엇보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염두에 둔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또한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에 이어 또다시 법조인 출신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법치와 원칙을 국정운영 기조로 삼겠다는 박 당선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 후보자는 또 개혁성도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정 후보자는 이철희·장영자 부부 사기사건을 비롯한 굵직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대쪽검사`라는 명성을 쌓아왔고, 대검 감찰부장 재직시에는 `낮술 금지`를 실시하는 등 검찰 내부개혁에 앞장서 왔다. 또한 새누리당 공직자후보추천위원장 재직시에는 엄격한 잣대로 현역의원 대거 물갈이라는 개혁공천을 실천했다.
하지만 정 후보자의 지명은 몇 가지 아쉬움과 한계를 드러냈다. 먼저 박 당선인은 쓴 사람을 또다시 쓰는 `박근혜식 용인술`을 이번에도 보여주었다. 정 후보자는 지명 직후 기자회견에서 “당선인의 의중은 보통사람을 중히 여기겠다는 뜻”이라고 말했지만 박 당선인이 널리 인재를 구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의문스럽다.
또한 `영남 대통령-영남 국무총리`구도 역시 국민통합을 원하는 국민의 정서에 부합하는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아울러 정 후보자가 4.11총선 당시 새누리당의 공직자후보추천위원장을 맡아 개혁공천을 주도했지만 `약점`으로 지적될 수도 있다. 특정정당의 선거과정에 깊숙히 관여한 인사가 총리직을 맡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특히 국민들은 박 당선인이 대선과정에서 약속한 `책임총리제`를 실현하는데 적합한 인물인지 궁금해 한다. 박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막기 위해 헌법에 보장된 총리의 권한과 책임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정 후보자는 기자회견에서 책임총리의 역할에 대해 “대통령을 정확하게 바르게 보필하는게 책임총리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4.11총선 과정에서 사심없는 `개혁공천`을 선보인 것처럼 조각과정에서부터 박 당선인을 `정확하고 바르게 보필`함으로써 `대독총리`나 `의전총리`가 아니라 `책임총리``직언총리`의 자질을 입증해야 한다. 이것은 박 당선인이 대선과정에서 약속한 책임총리제 공약이 `공약`(空約)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