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신입생 충원율 등을 부풀려 국고보조금 23억여원을 타낸 혐의로 구속기소된 대구공업대 안모 처장이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고 풀려났고, 또 다른 교수는 벌금 1천만원 선고에 그쳤다. 대구공업대는 이번 사건으로 총장을 비롯해 5명이 구속됐고, 5명은 불구속되는 등 대학수뇌부 전체가 법의 심판을 받게됐지만 정작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만 것이다.
재판부는 이들 대학비리 관계자들의 처벌을 다소 경감시킨 데 대해 “피고인들이 범행을 모두 시인하며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지만 검찰이나 시민들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법원의 선고 직후 검찰은 “총장 지시에 따라 산학협력처, 취업지원처, 학사운영처 등 핵심 부서들이 문서조작 등을 통해 보조금을 타내는 등 죄질이 나쁜데도 모두 풀어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직접 재판부를 성토해 눈길을 끌었다. 그만큼 대학비리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이례적이라는 걸 방증한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오는 3월중에 있을 이 대학의 총장에 대한 선고공판 역시 이런 식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법원의 대학비리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이 대학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대학비리로 검찰수사를 받은 대학이 적지 않지만 대부분 `가벼운 처벌`에 그쳤다는 게 문제다. 대구보건대, 대경대 등은 지난해 수사를 받았지만 재판과정에서 솜방망이 처벌로 바뀌었다. 실제로 대구보건대의 경우 경찰수사가 검찰에서 뒤집히며 무혐의 처리됐고, 대경대 총장은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특히 대구보건대가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됐을 때 수사를 맡았던 경찰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을 뿐”이라며 분을 삭였다고 한다. 대경대의 경우도 감사원감사에서 교비횡령, 부지매입비 부풀리기 등 100억원대의 횡령 혐의를 받았으나, 정작 법원에서는 당시 총장의 집행유예로 사건이 종결됐다.
수십억 원에 달하는 혈세를 횡령한 대학비리 당사자들을 집행유예 등의 처벌만으로 풀어주는 법원의 처사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일부 시민단체는 벌써부터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과 함께 담당 재판부에 대한 불신과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학이 더이상 비리복마전이 되는 일을 막기위해라도 대학비리 관계자들을 엄벌해야 한다. 그래서 법이 만인 앞에 평등함을 보여줘야 한다. 법원의 각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