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실트론의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알려진 시점에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1월말 발생한 불산누출 사고와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고용노동부의 특별감독 결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은 산업안전보건법을 2천건 가까이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를 보면 삼성전자의 안전보건 관리는 총체적 부실이란 표현이랄 수 밖에 없다. 안전조치가 미비한 기계·기구가 100건이 넘었고, 화학물질공급시스템에는 중화기능이 있는 긴급 배기장치도 없었다. 긴급배기장치가 설치되지 않는 작업현장에서 지난 1월 사고 때 인명피해가 일어나기도 했다. 또 보호구의 지급도 소홀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협력업체를 담당하는 환경안전팀 직원은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 27일 발생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의 불산누출 사고를 돌이켜 보면 여러가지 문제 중에서도 사건발생 은폐는 가장 심각한 사안인 걸로 보인다. 사고당시 근무자가 불산누출을 최초 발견한 이후 10시간이 지나서 밸브 교체작업이 시작돼 6시간 후에 작업이 끝났으나 사고는 신고 조차 안된 상태였다. 결국 작업인부가 사망하고 나서야 사고 내용이 신고됐고, 당국의 대응은 늦어지고 말았다.
2일 오후 불산 누출사고가 일어난 LG실트론 구미공장도 자체 신고가 아니라 소방당국의 문의로 16시간만에 사고발생 사실이 알려졌다고 한다. 실트론 측은 “사고가 크거나 인명피해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 방제작업을 마치고 보고했다”고 해명했는데 은폐 기도가 있었는지 규명돼야 할 것이다.
환경사고의 경우 초기 단계의 올바른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구미 불산누출사고에서 이미 확인한 바 있다. 초기 대응에는 적절한 방제와 확산방지를 위한 응급조치가 포함되지만 현장 단위를 능가하는 포괄적 위기수습이 초기 단계에서부터 이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속한 신고가 이뤄지고 필요한 지원을 적시에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어설픈 수습이나 신고지연으로 문제가 확산된 뒤에는 모든 것이 늦다. 더구나 책임을 피하기 위해 사고사실을 은폐하다가는 더 큰 참사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