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부터 내달 28일까지 <BR>시립미술관서 전시회
포항 출신 재일교포 2세 작가의 2천여 점이 고향으로 돌아와 전시회가 열린다.
화제의 작가는 동해면 출신 작고 작가 손아유(1949~2002). 손 작가의 작품전은 15일부터 내달 28일까지 포항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재일 교포 컬렉터인 하정웅 박사가 지난 2011,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기증한 1천680점 중 800점이 전시된다.
손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작품을 그의 출생지인 포항으로 되돌려 보낸다는 재일교포 컬렉터 하정웅 박사의 세심한 배려가 깔려 있는 전시회로 지역미술사 정립에 굵은 마디를 형성해 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손 작가는 일본과 유럽에서 판화, 드로잉, 행위예술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다 지난 2002년 52세로 작고했다.
하정웅 박사로 인해 국내에 알려지게 됐고, 고향 포항에서 그의 작품이 빛을 발하게 됐다.
`디아스포라-손아유의 추상세계전`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손아유와 컬렉터 하정웅과의 아름다운 인연과 약속에서 비롯됐다. 평소 손아유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작품이 자신의 고향인 포항에 수장되기를 하정웅 선생에게 얘기했다고 한다.
지난한 한·일근대사의 무대에서 두 개의 조국, 두 개의 고향이라는 재일작가로서 형이상학적인 그리움을 펼쳐 보인 작가 손아유와 하정웅 선생의 메세나 정신의 만남, 그런 두 사람의 만남이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번 작품전은 무엇보다 미술의 사회적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재일교포들의 아픈 역사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뿐만 아니라 한국미술사에서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던 재일작가들을 알리고, 연구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사적 의의도 갖는다.
손아유는 1949년 9월 오사카 소네사키(曾根崎)에서 재일한국인 2세로 태어났다. 호적증명서에는 경상북도 영일군(현 포항시 남구) 동해면 임곡리 592번지에서 부친 손수익(본관 경주), 모친 장을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기재돼 있다. 재일 한국인은 부모의 본적지를 출생지로 기재한다. 손아유도 마찬가지다. 두 개의 조국, 두 개의 고향 출신이라는 높은 긍지를 가슴 깊은 곳에 품은 채, 재일 한국인으로서 살았다는 흔적이 호적 속에는 남아 있다. 그러나 평소 술을 좋아하고 우울증 증세에 시달리던 손아유는 대장암 수술 이후 2002년 2월 54세라는 길지 않은 생을 마감했다.
손아유는 어려운 환경과 정체성의 혼란을 극복하고 한국과 일본의 중간적 존재로서, 화려한 색점과 춤을 추듯 자유분방한 선으로 자신의 존재를 예술 혼으로 승화시켜 세계적인 명성을 남겼다.
손아유는 자신의 작품들은 자신의 치유를 위해서 그린 것이라고 했다. 그의 작업들에서 엿 볼 수 있는 것은 평생 그가 겪었던 우울증 증세와 재일작가로서 정체성의 불안이 작업에 몰두하고 집착하는 요인으로 작용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다양한 회화적 표현 방법과 실험의 결과물인 다작의 작품을 남기게 됐고, 국제적인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게 됐다. 손바닥 만한 종이 조각에도 펜과 붓의 놀림으로 생명을 불어넣은 손아유의 작품들은 수도자의 수련하는 마음으로 비우고 또 비우면서, 작품은 산이 돼 갔으며, 마치 구도자적인 방법으로 자신을 찾고 알아가는 과정으로 작업에 임했다고 볼 수 있다.
손아유 작품에 대해 야마구치 요조(후쿠오카시 미술관 학예원)는 “회화의 근원에서 나오는, 시각적 실험”이라 평했다.
손아유의 작품들은 색의 위치, 형태의 소거 또는 거리의 위치, 공간의 표리의 명제에서 볼 수 있듯이 공간성을 중요시하고 있다.
의식 혹은 무의식 상태에서 점을 찍어나가거나, 색과 선을 그어나가면서, 선하나 점하나에 대한 존재감은 우주적 질서와 조화를 꿈꾸고 있으며, 작가의 정체성과 존재를 확인 해 가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같으면서도 상이한 작품들을 많이 제작했다.
선하나가 주는 긴장감, 또는 색채와 색채와의 관계에서 오는 감성들을 평면이라는 공간에 우주적 질서를 부여했으며, 물성으로서의 존재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손아유는 다마(多摩)미술대학을 중퇴했으며 구 유고슬라비아 류블랴나 국제판화비엔날레, 제7회 영국 국제판화비엔날레 초대, 제6회 노르웨이 국제판화비엔날레 수상 등 세계 각국의 비엔날레에 참가해 수상했다.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후쿠오카현 미술관에서 손아유전을 개최했으며 이비자 현대미술관(스페인), 푸티오마 미술관(벨기에), 대영박물관(영국), 노르웨이 현대판화미술관(노르웨이), 기제왕립예술센터(이집트), 우크라이나 국립미술관, 베를린시 터치인터내셔널미술관(네덜란드), 오사카부립현대미술센터(일본) 등 해외 유수의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문의 (054)250-6022.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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