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부자가 될 것인가가 중요하다”
13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경주의 재발견, 부자로 사는 법’ 강연에서 역사강사 최태성은 이 한 문장으로 강연의 문을 열었다.
이날 강연은 돈의 크기가 아닌 부를 대하는 태도와 철학을 역사 속 사례로 풀어내며 전국 각지에서 모인 1000여 명의 청중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경북매일신문이 주최·주관하고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후원한 이번 강연회에는 서울·부산·울산·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시민들이 모여들며 일찌감치 열기로 가득 찼다.
강연에 앞서 열린 사인회에는 긴 줄이 이어졌고 참석자들은 집에서 챙겨온 책과 교재를 들고 설렘 속에 차례를 기다리며 사인을 받고 기념사진을 남겼다.
대구에서 강연장을 찾은 김귀순씨(62)는 “아침 일찍 도착해 사인을 받았다”며 “한국사를 제대로 알리는 데 최태성 강사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포항에서 가족과 함께 방문한 이지현씨(46)도 “역사 강의를 하는 선생님이 ‘부자’를 주제로 이야기한다고 해 궁금해 가족 모두가 함께 왔다”고 전했다.
시민들의 높은 관심 속에 행사는 개회사와 환영사로 이어졌다.
최윤채 경북매일신문 대표는 개회사에서 “시민들의 꾸준한 관심과 성원 덕분에 ‘경주의 재발견’ 강연을 매년 이어올 수 있었다”며 경주시에 감사를 전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부자는 돈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가진 것을 어떻게 쓰느냐로 판단해야 한다”며 강연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동협 경주시의회 의장도 “오늘 강연이 부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삶의 방향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강연에서 최태성 강사는 ‘부자의 세계’를 주제로 공주 부자 김갑순과 경주 최부자 집안을 대비해 이야기를 풀어갔다.
노비 출신으로 출발해 성실함과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관직에 오른 김갑순은 시대의 흐름을 읽고 부동산 투자로 막대한 부를 쌓았지만 그의 부는 한 세대를 넘지 못했다. 최 강사는 이에 대해 “김갑순은 돈의 흐름은 읽었지만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은 없었다”고 짚었다.
이에 비해 경주 교동의 최부자 집안은 12대, 약 300년에 걸쳐 부를 이어온 드문 사례다.
최태성 강사는 최부자댁 대문에 걸린 ‘대우헌(大愚軒)’과 ‘둔차(鈍者)’ 현판을 소개하며 부자일수록 스스로를 낮추고 끊임없이 경계했던 집안의 태도를 설명했다. 이어 △진사 이상 벼슬을 하지 말 것 △만석 이상의 재산을 모으지 말 것 △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말 것 △주변 100리 안에 굶는 사람이 없게 할 것 △과객을 후하게 대접할 것 △며느리는 3년간 무명옷을 입을 것 등 최부자댁의 육훈을 차례로 풀어냈다.
최 강사는 이러한 가르침을 ‘겸손·절제·나눔’이라는 세 가지 정신으로 정리했다. 특히 12대 최준이 1910년 경술국치 이후 “나라가 없으면 부자도 없다”는 말과 함께 재산을 독립운동과 교육에 쏟아부은 선택을 언급하며 “부는 쌓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책임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강연 중간중간 이어진 퀴즈와 즉석 질문은 청중의 참여를 이끌었고 아이들의 엉뚱한 답변에 강연장은 웃음으로 채워지기도 했다.
초등학생 아들의 손을 잡고 강연장을 찾은 김중권 씨(47)는 “매년 아들과 함께 최태성 강사의 강연을 듣는다”며 “역사를 통해 삶의 가치와 태도를 함께 배울 수 있어 늘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