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 도심인근에 대형산불이 발생한 것은 지난 1993년 4월에 이어 20년 만의 일이다. 당시 영일군이었던 흥해읍 학천리 야산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산불이 발생해 포항시 도심으로 번졌다. 임야 수십 ㏊가 소실되고, 가옥 26채와 축사 16채 등 건물 42채가 전소되고, 돼지 등 가축 1천여 마리가 불에 타거나 폐사했다. 시 경계를 넘어 포항시 북구 우창동 아치골까지 번진 산불은 강풍을 타고 주택 10여 가구와 축사 9채를 잿더미로 변하게 했고, 인근 학산동과 용흥동 주택 7가구도 앙상한 형체만 남길 정도로 심한 산불이었다. 이로 인해 포항시와 흥해읍의 25가구, 12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그러나 20년 만인 지난 9일 포항에서 또 다시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양상의 산불이 나 초속 10m의 강한 바람을 타고 신흥ㆍ우현ㆍ학산동 등으로 확산돼 1명이 사망하고, 14명이 다치는 등 인명 피해를 입었다. 이틀간의 거센 화마로 주택을 잃은 이재민도 47가구, 118명이나 발생했다.
산불 피해가 커진 것은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산불이 발생해 동원 가능한 진화용 헬기가 모두 출동하는 바람에 포항지역에 집중 투입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가 추진중인 울진 산림 헬기 격납고 건립 사업의 조기 준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9일 산불이 발생한 직후 포항시는 산림청과 군, 인근 지자체 등에 진화 헬기 지원을 요청했으나 이날 전국 22곳에서 동시다발적인 산불이 발생하는 바람에 헬기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산불이 날 경우 진화작업의 90%를 산림헬기가 맡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에 대한 정부당국의 관심과 지원이 시급하다.
특히 이번 산불도 중학생이 라이터를 이용해 불을 낸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어린 학생의 불장난으로 일어난 산불로 엄청난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었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는 교육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불은 수십년에 걸쳐 많은 인력과 돈을 들여 가꾼 산림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어 버린다. 잿더미로 변한 산림을 원상복구하려면 또 다시 수십년에 걸쳐 막대한 노력과 비용이 들게 된다. 우리 모두 산불에 경각심과 관심을 갖고, 산불예방에 힘써야 한다. 산불 예방을 위해서는 산행 때 라이터나 버너 등 인화성 물질을 절대 소지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산에서 취사나 모닥불은 엄금해야 한다. 논·밭두렁 태우기나 농산 폐기물 소각 역시 금해야 한다. 산불과 같은 대형 재난은 사전 예방이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