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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바다 속에 빛난 시민의식

등록일 2013-03-13 00:03 게재일 2013-03-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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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포항 도심을 불바다로 만든 위급한 상황에서도 빛나는 시민 의식을 보인 주민들이 화제를 모았다. 동네를 지키겠다는 시민들의 용감하고 자발적인 시민의식이 자칫 아파트건물까지 옮겨붙을 대형 화재를 막아냈다는 소식이 본지를 통해 알려진 것이다.

용흥동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풍을 타고 거대한 불덩이로 커졌고, 불꽃은 주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하늘을 날아다니며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옮겨 붙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지만 산불이 난 지역의 주민들은 내 집 네 집 할 것 없이 모두 불에 탈 위기에 놓이자 너나 할 것 없이 진화작업에 나섰다. 28채가 불에 탄 우미골과 바로 맞닿은 쌍용아파트의 경비원 서정식씨는 그 날의 감동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그는 “4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주민들이 힘을 합쳐 소방호스를 들고 불을 끄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며 “자기 자신만 생각했다면 더 큰 피해를 입었을 텐데 주민들의 활약이 그야말로 빛이 났다”고 했다. 서씨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50분께 먼 산에서 불이 번졌고, 불과 5분 뒤 불덩어리 3개가 아파트 인근 야산과 104동 화단 등으로 날아들어 순식간에 3곳에서 불이 났다. 뒤이어 여기저기서 대피 방송이 나오면서 몸부터 피해야 할 긴박한 상황이었지만 주민들은 아파트 내에 있던 소방호스 20여 개를 꺼내 자체 진화를 시작했다. 소방차가 오기도 전에 주민 대부분이 뛰쳐나와 불을 끄는 데 온 힘을 다했고, 여기에는 인근 주택 주민들도 힘을 보탰다. 주민들은 오후 8시30분께까지 힘을 합쳤고, 불은 결국 잦아들었다.

산불최초 발화지점인 탑산 건너 편 용흥동 우방타운 주민들의 활약도 빛났다. 아파트 입구에 위치한 113동 바로 앞 정원으로 옮겨 붙어 일대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주민들은 연신 고막을 울리는 대피방송에도 당황치않고 너나할것 없이 힘을 합쳐 진화에 나섰다. 물 호스와 바가지 등 불을 끌 수 있는 장비란 장비는 모조리 동원됐고, 아파트로 옮겨 붙은 불은 113동 조경시설만 일부 태우고 꺼졌다.

산불이 난 지역의 주민들이 직접 소방호스와 물통 등으로 산불진화에 나선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내 집과 이웃을 우리 스스로가 지킨다는 자치의식과 성숙한 시민의식이 돋보였다. 포항시는 산불진화에 나섰던 용감한 시민들에게 `용감한 시민상`을 수여한다고 한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인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와 지자체는 산불 예방을 위한 감시체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산불로 인해 해마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20배가 넘는 산림이 잿더미로 변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산불 예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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