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조그만 화재소식에 모두가 화들짝 놀라는 이유는 파이넥스공장이 세계 최초로 우리가 개발한 철강 신기술이라는 점이다. 파이넥스 공법은 지난 2004년 대한민국 10대 신기술로도 선정된 바 있는 최첨단 제철기술이다. 10년전 처음 도입돼 가동된 이 공법은 가루형태의 철광석과 일반 유연탄을 사전에 가공하지 않고 직접 사용해 쇳물을 제조하는 방식이다. 원료 사전 가공공정 생략은 물론 공해물질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면에서 환경친화적 혁신 프로세스로도 각광받고 있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탄소배출량 줄이기가 글로벌 이슈가 되고 있는 시점이라 세계가 이 신기술을 주목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첨단기술을 자랑하는 곳에서 화재가 발생하다 보니 국민들의 우려가 컸던 것이다. 국가 기술력은 국경 없는 글로벌 경제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최대 무기이다.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 경제강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의 저력도 바로 기술력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 방침으로 창조경제를 선언했다. 대한민국이 만든 창조적 기술로 세계를 지배해 가겠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래 세계 철강산업을 지배할 수 있는 원천이 될 포스코의 파이넥스야말로 창조기술의 대표적 사례라 해도 손색이 없다. 포항제철소의 파이넥스 1공장은 연산 60만t으로, 포스코의 전체 조강생산량(3천789만t)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크지 않지만 제2, 3공장을 신설하는 등 점차 생산량을 늘리며 확대하고 있다. 세계 철강업계가 불가능한 일로 간주했지만 포스코는 과감하게 도전했고, 이제 성과를 보고 있다.
신기술은 무수한 시행착오와 실패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앞으로 머잖아 포항제철소의 모든 고로설비가 파이넥스로 대체되는 순간 세계 철강산업은 대변혁을 맞을 것이다. 철강업계에선 포스코의 파이넥스를 `IT업계의 스마트폰`이라고 한다. 고 박태준 포스코명예회장의 `우향우 정신`으로 영일만 갯벌에 제철산업을 일으킨 포스코는 조국근대화의 시발점이 됐고, 이제 파이넥스를 통해 또 다른 국가경제 도약의 기틀을 준비하고 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위대한 도전이다. 이번 화재 역시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어 가는 과정 중의 하나로 보았으면 한다. 작은 실패에 대해 질책만 할 게 아니라 실패를 거울 삼아 더욱 완벽한 기술로 거듭날 수 있도록 격려와 응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포스코도 실수를 되풀이하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틈만 보이면 물어뜯을 경쟁업체들이 세계 시장에 즐비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