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이미 대선 개입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여러 건의 고소 고발을 당했다. 검찰은 원 전원장을 일단 출국금지하고, 본격적인 수사를 준비 중이다. 검찰은 그동안 경찰의 국정원 여직원 사건을 지휘만 했을 뿐 직접 수사에 관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원 전원장에 대한 고소 고발 중에는 `원 전원장의 업무지시에 기초해 국정원 직원의 인터넷 댓글 달기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내용도 있다. 경찰은 석 달 넘게 이 사건에 매달려왔지만 속시원한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사건을 파헤칠 수사 의지와 역량이 있느냐는 의구심도 커졌다. 국정원 여직원 사건에 원 전원장이 관련된 혐의가 있다면 검찰이 사건을 병합해 신속하게 수사하는게 옳다. 커져만 가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두고 수사당국이 더 이상 미적거려선 안된다.
원 전원장은 2009년 취임 이후 국정원 조직을 불법적으로 국내 정치에 개입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정원 인트라넷에 게시된 `원장님 지시·강조말씀`에는 원 전원장이 대선 과정에서 종북좌파의 사이버 선전 선동에 적극 대처할 것을 지시한 내용이 담겨 있다. 4대강 사업과 세종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등 이명박 정부의 주력사업을 홍보하라고 주문한 내용도 들어있다. 민주노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4대강 범국민대책위원회 등은 원 전원장을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 고발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검찰 수사가 미흡하다면 특검과 국정조사를 통해서라도 진상을 밝히겠다는게 야당의 입장이다.
만일 국가정보기관인 국정원이 대선 등 국내 정치에 개입했다면 이는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이다. 한 여당의원의 말대로 국정원이 문을 닫아야 할 만큼 엄청난 사건이다. 우리 정보기관은 과거 고문과 조작을 일삼은 어두운 전력이 있다. 아직도 이런 잔재가 남아 있다면 이번 기회에 완전히 뿌리뽑아야 한다. 국정원과 원 전원장측은 자신들의 활동이 적절한 고유업무였다고 주장한다. 국정원 조직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원 전원장은 수사에 적극 응해 정치개입의혹과 관련한 진실을 밝혀야 하고, 검찰도 이를 철저히 수사해 국민앞에 진상을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