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지도부와의 오늘 회동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의 만찬(9일), 국회의장단과의 오찬(10일) 등에 이은 박 대통령의 소통 행보다. 야당을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존중한 모양새여서 모처럼 정치권에 봄바람이 완연해 보인다. 특히 문 비대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박 대통령은 미리 생일 케이크를 준비해 축하했고, 문 비대위원장은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바란다며 덕담을 건네는 화기애애한 자리였다고 한다.
늘 말로는 서로 협조를 다짐하면서도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벼랑끝 기싸움을 해온 청와대와 야당이 국가적 위기 상황 앞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며 한 목소리를 낸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북한의 잇단 도발 위협에 잔뜩 움츠러들었던 국민의 어깨가 펴지고 짓눌려 있던 마음에 생기를 돌게 하는 반가운 소식이다. 박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가 국정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새정부 출범 후 처음이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각별하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의 불통 이미지를 털어내고 소통 정치를 본격화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갖게 한다. 민주통합당 지도부도 안보와 민생 문제에 대해 적극 협조함으로써 성숙한 수권 야당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한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정부조직개편안 처리와 인선 과정에서 정치권과 툭 터놓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민주통합당 지도부 역시 지난달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싼 대치를 해소하기 위해 청와대가 제안한 회동을 두차례나 거부해 많은 국민을 안타깝게 했다.
당리당략을 우선시하는 한가한 정치를 하기에 우리가 처한 상황은 너무나 엄중하다. 이번 회동을 계기로 대통령과 야당은 물론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현안이 있을 때에는 격식을 따지지 말고 언제든지 만나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새로운 전통을 세우기 바란다. 안보와 민생 현안을 앞에 놓고 티격태격 정쟁을 일삼는 구태를 반복하지 말고 상대방을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존중하는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펼쳐 서민의 주름살을 펴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