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력 수급 상황은 원자력발전소 고장이 잦아지면서 `청신호`보다 `적신호`로 기울고 있다. 그리고 가동예정을 앞두고 설치돼야 할 송전탑이 해당 지역 주민들과의 마찰로 지연되는 등 전력수급을 위한 제반 여건도 순탄치 않다.
특히 원전 고장은 전력 생산에만 차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원전의 안정성에도 불신을 초래하고 있어 더 큰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전력대란을 극복할 수 있는 단기대책은 물론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전력소비자인 국민들에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전력수급계획을 보면 내년 1월 전력공급이 8천686만kw인 상황에서 최대 전력수요가 8천376kw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공급에서 수요를 뺀 예비전력이 310만kw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수급계획은 신고리 원전 3호기를 비롯 현재 각종 고장으로 멈춰있는 울진 4호기, 영광 3호기 등 원전 4기의 정상가동을 전제로 하고 있다. 특히 신고리 3호기만 가동되지 않을 경우 내년 1월 예비전력이 170만 kw로 떨어지는 등 심각한 전력난이 예상된다. `경계단계`인 200만kw 미만이면 공공기관은 강제단전 해야할 상황에 몰리게 된다.
월성원전의 경우 지난 2011년부터 최근까지 고장으로 원전이 정지된 사례만 8건이다. 원인은 `자동정지`, 수동정지로 분류된다. 비단 월성원전 뿐아니라 고리, 울진, 영광 등 국내 원전은 각종 고장으로 전력생산에 막대한 차질을 빚어 왔고, 앞으로도 원전고장으로 인한 전력생산 차질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원전`이 국내 전력사업에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이르며, 정부는 이를 20% 더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전력수급은 산업안보와 직결돼 있는 데도 정부는 수시로 닥치는 전력대란 사태에 대해 국민들에게 `절전`이란 임시처방만 내놓으면서 장기적인 대책은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전력 장기수급계획에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앞으로 더 높아 질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정부나 원전사업자 양자 모두 신중하게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체 에너지가 없는 국내 상황에서 가동중인 원전과 계속운전을 해야 할 원전에 대한 당위성을 국민들에게 잘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전력대란을 이유로 `절전`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로 비치기 십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