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제출한 원안의 규제 내용을 대폭 하향 조정한 이 법은 과징금 부과 기준을 `전체 매출액`에서 `해당 사업장의 매출액`으로 변경하고, 그 비율도 매출액 대비 `10% 이하`에서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단일 사업장의 경우는 매출액 대비 2.5% 이하의 과징금을 매기도록 했다. 또 화학사고에 따른 업무상 과실치상죄 조항도 `3년 이상 금고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서 `10년 이하 금고나 2억원 이하 벌금형`으로 완화했다. 원청업자의 연대 책임도 행정적 책임만 묻고 형사처분 대상에서는 제외하는 것으로 조정했다.
이 법에 대해선 경영자총협회(경총)와 환경관련 단체 모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경총은 개정안 내용이 여전히 기업 경영활동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환경관련 단체들은 유해화학물질은 자칫 대형 참사를 불러올 수 있어 강도 높은 징벌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외국에선 대부분 시행하고 있는, 원청업자에 형사처벌을 묻도록 한 조항이 행정처분으로 후퇴한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경제 발전과 더불어 유해화학물질 사용량이 늘어나며 최근들어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삼성, LG 등 대기업의 작업장에서까지 산업 안전의 허점이 드러나고, 국민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유해화학물질의 유출은 수많은 인명피해와 환경적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법 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한국은 10만 명당 산업재해 사망자가 11.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국 중 가장 많다. 이로 인해 산재보상금의 규모도 엄청난 수준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산재로 인한 직접 손실액은 약 3조6천억원이며, 간접손실을 포함한 경제적 피해 추정액은 18조에 이른다. 이 손실액은 국내 총 생산의 1.67% 해당하는 액수다.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은 안전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만든 법이다. 따라서 기업들이 노후 설비 교체와 철저한 시설점검, 작업장의 안전 수칙 등에 만전을 기하면 이 법에 저촉될 소지는 낮아진다.
무엇보다 산업재해는 어느 정도 사전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 15위의 경제대국이다. 이런 위상에 걸맞게 기업들이 산업 안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질 때가 되었다고 본다.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제정을 계기로 산업 현장의 안전 의식이 한층 높아져 더 이상 무고한 인명이 희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