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출판계의 사재기 행위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고질병 수준이다. 출판시장을 교란시키고 독자들에게 해를 입힐 뿐 아니라 작가 자신에게도 상처를 준다. 이런 사재기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출판계에서 대대적으로 자정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이러한 행위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는 것이 책 판매와 직결되다 보니 이러한 행태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출판유통시장의 문제는 사재기 행위뿐이 아니다. 도서정가제에도 불구하고 제살깎아먹기 식의 할인 경쟁이 난무하는가 하면 경품을 걸거나 사은품, 쿠폰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에는 많은 독자가 서적 구매 시 참고로 하는 온라인 서점의 신간소개 코너가 출판사로부터 돈을 받고 올리는 광고임이 드러나기도 했다. 전자책 시장이 커지면서 유통사들 간 과열 경쟁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소설가 황석영씨가 자신의 소설 `여울물 소리`를 절판시키겠다고 선언했다. 황씨는 SBS 시사 프로그램 `현장 21`이 `여울물 소리`에 대해 사재기 의혹을 제기하자 자신은 관련이 없다고 해명하고 해당 출판사에 출판권 해지를 통보하는 동시에 이 책을 절판시키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와함께 명예훼손에 대한 정신적·물질적 피해 배상과 민형사상의 법적 책임을 단호하게 묻겠다고 말했다.
문단의 거목인 그는 이 소설이 칠순을 맞이해 등단 50년을 기념하는 의미가 실린 중요한 작품인데, 의혹이 사실이든 아니든 연루됐다는 자체가 작가로서의 명예에 크나큰 손상을 주는 일이라고 분노했다. 이어 사재기 행위는 상도의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독자들을 기만하는 일이며 한국문학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욕이라고 주장하고 출판계에 만연해 있는 출판유통 질서를 어지럽히는 이러한 행태를 근절시키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단언했다.
책은 정신적, 문화적 소산물이라는 점에서 일반 상품처럼 취급할 수는 없다. 관계 당국이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서 이런 행위를 근절시켜야 한다. 사재기에 대한 처벌을 벌금형으로 강화하거나 형사 처벌까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출판계의 자정 의지와 지식인들의 양식있는 실천이 성숙한 문화시민으로 거듭 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