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여성에 대한 신상털기는 명예훼손에 해당한다. 가뜩이나 충격에 빠져있을 피해자의 얼굴과 인적사항 등이 마구 퍼져나간다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큰 상처를 받았을 여대생 피해자와 부모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신상털기는 결코 해서는 안될 짓이다. 그런데도 일부 누리꾼은 사진 속 여성의 외모를 두고 피해 여성을`꽃뱀`으로까지 몰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한 누리꾼은 “꽃뱀 인턴녀의 배후를 철저히 조사해서 밝혀야 한다”는 글을 포털사이트에 남기기도 했다니 이래선 안된다. 인격살인에 가까운 이런 댓글들을 더이상 용납해서는 안된다. 무슨 큰 일만 벌어지면 정략적인 유불리를 따져 사건을 음모론적으로 해석하려는 세력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미주 한인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가 윤창중 성추행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윤 전 대변인이 미시유에스에이의 종북 세력에 당한듯 하다.”라는 글도 올라왔다니 어이가 없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미시USA에 종북세력이 있다는 것인지 밑도 끝도 없다.
윤창중 성추행 사건은 국격을 훼손한 국제적 망신이다. 사건의 본질을 정확히 따져야한다. 다시는 이런 부끄러운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두고두고 교훈으로 삼아야 할 사건이다. 피해 여성이 꽃뱀이라거나 미모 때문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식의 신상털기는 우리 사회의 후진성을 드러낼 뿐이다. 성추행은 피해 여성의 외모와는 별 상관이 없다는게 널리 입증된 연구결과이다. 그보다는 권력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남성이 하위 여성을 상대로 자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고위공직자인 윤창중 전 대변인이 힘없는 인턴 학생을 상대로 벌인 성추행도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본질은 제쳐 두고 관음증적인 신상털기나 쓸데없는 종북논쟁을 벌이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사건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내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마당에 비인간적인 신상털기나 소모적 논쟁으로 상처를 키우는 일은 제발 그만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