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위는 애초에 기초선거 정당공천제가 지방의 중앙정치 예속화를 심화하고 선거과열을 부추기는 부작용이 있다는 점에서 폐지 문제를 의제에 올렸지만, 비공개로 진행된 특위 소위에서는 많은 의원이 무작정 폐지해서는 안된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고 한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란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정당공천제 폐지는 지방에서의 정당 기능의 축소와 여성의 공직 진출 기회 감소로 이어질 수 있고, 지방 명망가나 지역 토착 세력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당의 비민주성, 지역주의 투표성향이 크게 두드러진 우리 정치현실에서 정당공천제에 따른 각종 폐단이 부각돼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정당공천제는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특히 국회가 지난 2005년 8월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기초자치단체 선거에 정당공천제를 도입한 이래, 지방선거는 정책이나 인물중심이 아니라 정당중심의 `묻지마`식 투표로 전락했고, 지방이 중앙에 예속될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무관심도 심화되고 말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1995년에 68.4%였던 지방선거 투표율이 정당공천제가 도입된 2006년에는 51.6%, 2010년에는 54.5%로 추락한 점이 이를 입증한다. 공천비리 등 불법선거사범과 지방의회 의원의 뇌물 비리 등이 급증, 정당공천이 지방의회 의원 자질 향상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도 충족시키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방자치 6기가 시작된 2010년 7월부터 2년간 선거법 위반, 뇌물 수수 등의 비리행위로 형사 처벌된 기초의원만 49명에 이른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정당공천제의 폐해는 이제 지방자치 제도의 존립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재·보선에 따른 추가적 비용 지출과 지방 행정의 마비 역시 주민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다만 정당공천제 폐지에 따르는 문제점은 정당 민주화, 남녀동반선거구제 내지 여성 일부 할당제, 후보자에 대한 시민단체와 지역 언론의 감시강화 등을 통해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기초자치단체 선거에서 정당공천 폐지를 통한 정치쇄신 약속을 실천하는 것은 여야가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첫 걸음이자 썩어가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살리는 첩경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