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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의 기업윤리가 의심스럽다

등록일 2013-05-20 00:10 게재일 2013-05-2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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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이 해외수주를 하면서 상도의(商道義)에 어긋난 저가로 사업권을 따내 동종 업계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최고의 기업이미지를 자랑하는 `삼성`의 간판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으로 보여진다. 삼성 브랜드는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기업 아닌가. 그런 기업이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하니 믿어지지 않는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업체끼리 서로 제살 깎아먹기식의 수주경쟁을 벌인 점. 이 때문에 국가적 망신을 초래했다고 하니 부끄러울 뿐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2일 호주 기업 `로이힐 홀딩스`로부터 56억호주달러(한화 약 6조4천110억원)규모의 `로이힐 철광산 인프라 건설공사`를 수주했다고 한다. 문제는 삼성물산이 기업윤리에서 벗어난 덤핑수준의 저가로 수주했다고 경쟁업체들이 항변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수주 경쟁을 벌였던 포스코건설과 STX건설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만 봐도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당초 이 프로젝트는 포스코건설과 STX건설 컨소시엄의 수주가 유력했다고 한다. 두 회사의 모기업인 포스코와 STX가 발주처인 로이힐 홀딩스에 각각 1조7천억원과 1천500억원의 지분을 투자한 주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포스코건설과 STX건설 컨소시엄은 지난 1년6개월 동안 임직원 100여명을 투입해 현지조사까지 마쳤고, 지난해 10월 설계·구매·시공 일괄 수주(EPC)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그동안 많은 공을 들여왔다. 그런데 이 사업권을 따낸 기업은 포스코건설과 STX건설 컨소시엄이 아닌 삼성물산이었다. 수주에 실패한 이들 2개 기업은 땅을 칠 노릇이다. 삼성물산이 다된 밥에 재를 뿌린 격이다.

삼성물산은 당초 포스코·STX 컨소시엄의 하청업체 자격으로 참여해 이 사업의 항만 공사만 맡기로 했었다. 하지만 이들 컨소시엄이 단독 제출한 입찰계획서를 발주처인 로이힐 측이 지난 1월 돌연 경쟁입찰제로 바꾸는 바람에 삼성물산이 수주전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로이힐의 갑작스런 입찰방식 변경도 석연찮은 대목이다. 결국 지난 3월 삼성물산은 최종 입찰에서 56억호주달러를 적어내 63억호주달러를 써낸 포스코건설·STX건설 컨소시엄을 제치고 수주에 성공한 것이다.

자유경제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업권을 따내면 된다. 하지만 기업의 윤리와 상도의, 도덕성이 있지 않은가. 이런 식으로 사업권을 따낸다고 하면 앞으로의 시장질서는 어떻게 되겠는가.

삼성물산측은 발주처의 요청에 따라 정당하게 입찰에 참여했고, 다른 회사보다 나은 사업수행 능력으로 저가수주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한다. 이 사업이 차질 없이 잘 진행된다면 다행이겠지만, 혹여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곧 나라망신이라는 점을 삼성물산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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