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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공사, 밀어붙이는 게 능사 아니다

등록일 2013-05-21 00:41 게재일 2013-05-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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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가 주민들의 반대로 중단됐던 밀양지역 고압 송전탑 공사를 20일 전격 재개했다.

한전은 이날 밀양시 부북 단장 상동 산외 4개 면에 들어설 52기의 송전탑 공사를 위해 장비와 인력을 긴급 투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대 주민들은 경운기와 트랙터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는 등 공사 강행에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일부 주민들은 공사를 강행하면 목을 매겠다고 맞서고 있다고 한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7개 중대 500여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2005년 이후 8년째 계속된 한전과 주민들간의 갈등이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한채 충돌로 치닫고 있다.

한전은 송전탑 공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한다. 오는 12월 신고리 3호기 완공에 맞춰 전기를 공급하려면 지금 송전탑 공사를 시작해도 빠듯하다는 주장이다. 공사가 늦어지면 3조2천500억원을 들인 신고리 3호기를 다 지어놓고도 송전을 못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 그러면 영남지역의 겨울철 전력 부족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게 한전측 설명이다. 그러나 현지 주민들은 2008년 송전탑 건설계획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강력히 반대했다. 지난해 1월엔 반대 주민 이치우씨가 분신·사망하기도 했다. 한전과 주민 양측은 여러차례 대화도 하면서 기나긴 갈등 조정노력을 기울였지만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경실련, 조경태 의원 등이 나서서 벌인 갈등조정위원회, 보상협의회, 토론회 등도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전은 지난달 말 13가지 갈등해소 지원안을 제시했지만, 주민들은 이를 거부한채 고압 송전선로를 묻는 `지중화`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맞서고 있다. 한전은 다른건 다 돼도 지중화만은 안된다는 완강한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냥 시간만 보낼 수 없다는 한전측 입장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일부 주민의 반대 때문에 발전소를 지어놓고도 전력난을 빚는 사태가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다. 급할 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원점으로 돌아가 문제의 근본을 살피는 게 중요하다. 반대 주민이 아무리 소수이고 힘없는 노인들이라 해도 그들의 의견을 힘으로 깔아뭉개선 안된다. 지금은 다수가 당분간 전기를 적게 쓰는 불편함을 감내하더라도 반대 주민을 설득하고 협상하려는 노력을 좀 더 기울여야 할 때다. 터놓고 얘기하고 설득하고 들으려는 정성을 기울인다면 주민들의 마음도 누그러질 것이다. 이미 할만큼 했다고만 주장할 게 아니라 주민들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공사를 재개할 명분도 넉넉히 쌓일 것이다. 밀양 송전탑 공사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게 능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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