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통상임금 문제의 해법을 서둘러 찾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얼마 전 미국 방문 중 이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 관련 부처나 장관이 대통령의 뜻을 제대로 읽어 신속히 정책에 반영하고자 애쓰는 자세는 결코 나무랄 일이 아니다. 통상임금 문제가 걸린 고용노동부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해법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들의 관련 발언이 문제를 풀기보다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금 통상임금 문제와 관련된 정부의 움직임에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자세가 도무지 읽히지 않는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며칠 전`통상임금에서 상여금을 제외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이어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통상임금 문제로 노사정 대화를 갖자고 공식 제안했다. 이 제안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무부처 장관이 노동계에 공식적으로는 처음 제안한 것이므로 의미가 작지 않다. 통상임금 문제를 놓고 노사정 간 대화의 장이 마련될 수 있을까 남다른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어서 그렇다. 그런데 방 장관의 이런 제안이 진정으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우선 노사정 대화를 공식 제안했다는데 누구와 어떻게 대화를 하겠다는 것인지부터 분명치 않다. 공개 제안에 앞서 노동계의 견해를 허심탄회하게 들어보려는 노력을 한 적이 있는지도 알 수 없다. 방 장관은 그러면서 노동계를 노사정 대화의 장에 참여토록 하는 방책에 대해 “국가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노동계에 대고 `책임 있는`자세를 가지라고 압박하는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대화를 추구하는 바람직한 자세라고 하기 어렵다.
통상임금 관련 줄소송의 배경이 된 지난해 3월 대법원 판례를 놓고서 이러쿵저러쿵 한 것도 그다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행정부의 장관이 오해를 살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한 것은 듣기 거북하다. 판례가 법·제도의 개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말 또한 몹시 군색하다. 행정부처는 판례에 걸맞는 내용으로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함으로써 국민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고, 불편을 덜어줘야 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통상임금 범위에 들어가는 임금 항목을 확대하는 쪽으로 판결을 해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문제에 대한 진단이 나오면 먼저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지속가능한 해법을 찾는 길이 열린다. 통상임금 문제는 정부 관련부처가 시간에 쫓기듯 몰아붙여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순리대로 매듭을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