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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독도스타일`이 필요하다

등록일 2013-06-05 00:03 게재일 2013-06-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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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찬 김천대학교 임상병리학과 교수

주변에 비타민C를 꾸준히 복용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 분야 전문의 이야기에 따르면 비타민C의 하루 권장량은 하루 2천mg 이상이라고 한다. 비타민C의 고용량 복용법은 일생에 단 한 번 받기도 어렵다는 노벨상을 두 번씩이나 받은 미국의 화학자 라이너스 폴링 박사가 비타민을 하루 1천~2천mg(오렌지 12~24개에 함유된 비타민C의 양에 해당)씩 꾸준히 복용하면 감기와 암을 동시에 예방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창하면서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라이너스 폴링 박사는 1954년에 노벨 화학상을, 또한 1962년에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그가 1962년에 받은 두 번째 노벨상은 반전·반핵 평화운동으로 받은 것이다. 1950년대 폴링 박사는 전세계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핵실험을 제한하자`는 청원운동을 벌였다. 그의 노력은 1963년 8월5일 소련의 모스크바에서 `부분 핵실험 금지 조약`체결로 이어졌다. 그런데 미국인의 자부심과 자랑으로 생각돼야 할 폴링 박사의 노벨 평화상 수상은 오히려 미국 정부로부터 미움을 받는 단초가 됐다. 냉전시대 소련과 군비경쟁을 하던 미국으로선 폴링 박사의 반전·반핵 평화운동이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미국 정부의 폴링 박사를 향한 방해 공작은 여러 형태로 이뤄졌다. 폴링 박사는 정부로부터 여권 발급이 되지 않아 2년 이상 국제학회에 참석하지 못했으며, 심지어 1954년 노벨 화학상 수상식 참여 여부를 두고도 미국 국무부는 폴링을 수상식에 참석토록 허락할 것인지에 관해 여러번 논란을 벌인 끝에 여권을 발급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폴링 박사는 어떠한 악조건 속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화학 분야 뿐만 아니라 세계 인류 평화를 위해 진심으로 헌신했다. 서구 사회의 교육이 전통적으로 지식인들과 부유한 자들에게`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조한 것은 사실이지만 폴링 박사의 업적은 당시 서구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 이상이었고, 그 누구보다 특별했다고 할 수 있다.

작년 9월경 외교통상부 당국자가 외교부 출입 기자단과의 오찬 자리에서 글로벌 스타 가수 싸이(PSY)에게 공식적으로`독도 홍보`를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 같은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자 서경덕 교수와 함께 활발히 독도 홍보 활동을 벌이는 가수 김장훈씨와 싸이가 함께 싸이의 곡`강남스타일`을 개사한 `독도스타일`뮤직비디오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긍정적인 의견들이 많이 개진됐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의견과는 달리`만일, 싸이가 이러한 제안을 거절한다면 일본 시장에서 벌 수 있는 돈 때문에 조국을 버린다고 비난 받을테고, 외교부의 제안을 수락하면 싸이는 일본 시장을 포기해야 한다. 한 명의 연예인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희생을 강요하기 전에 외교부는 그동안 독도 문제 해결을 위해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나?`라며 싸이의 인기에 무임승차하려는 외교부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결국 파문이 커지면서 아쉽게도 외교부 당국자는 독도스타일 이야기를 없었던 일로 해버렸다.

외교부의 `독도스타일` 해프닝 이후 9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싸이는 `젠틀맨`이라는 또 다른 히트곡을 발표했고, 강남스타일 뒤를 이어 미국 빌보드차트 100위안에 당당히 랭크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런데 검색 포털에서 싸이와 독도를 함께 검색해 보면 작년 9월 외교부의 독도스타일 해프닝 이후 어떠한 내용도 업데이트 된 내용이 없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싸이에게 너무 섭섭한 점은 독도 문제에 대한 싸이측의 냉정한 무반응이다. 수백 명의 정치인들이 독도를 방문해 `독도는 우리땅`, `일본을 규탄한다`라고 외쳐보았자 별 관심을 받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싸이가 그냥 한번 독도를 방문만 해도 독도는 전세계인의 관심을 받을 것이며, 엄청난 파급효과를 유발할 것이다. 싸이에게 폴링 박사 수준의 세계 평화 운동을 요구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영토 `독도`를 위해 이제는 글로벌스타 싸이가 주저함 없이 나서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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