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모씨, 포항교도소서 복역하다 형집행정지로 세번째 출감<br>당시 대구지검서 허가… 적법성 여부 등 도마위에 오를 듯
지난 2002년 3월 16일 경기도 하남시 검단산 등산로에서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된 이화여대 법학과 4학년 재학 중인 하모(당시 22세)씨 피살사건이 최근 또 다시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사건은 사위인 판사와 이종사촌 동생사이의 불륜을 의심한 국내 유명밀가루 제조업체 회장의 부인 윤모(68)씨가 이종사촌 동생인 하모씨를 청부살인한 사건으로 결론났고, 윤 씨는 2004년 5월 대법원에서 살인 교사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무기징역형을 받은 윤씨가 허위 과장 진단서로 4년간 대학병원에서 호화생활을 해 온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윤씨는 포항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던 중 형집행정지를 받아, 지역 관련 기관에도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2004년 5월,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윤씨는 2007년 7월까지 여주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했다. 2007년 7월 유방암 수술 명목으로 1차 형집행정지를 받은 뒤 그해 10월, 형집행정지 연장 신청을 해 2008년 10월까지 외부에서 지냈다. 2008년 10월부터 의정부교도소에 재수감됐고, 2009년 12월 백내장 수술을 이유로 2차 형집행정지에 이어 5개월 연장을 신청, 모두 8개월간 바깥에서 생활했다. 이후 윤씨는 지난 2010년 8월부터 2011년 3월 18일까지 포항교도소에서 복역을 했지만 2011년 3월 세 번째 형집행정지로 또다시 출감했다.
문제는 포항교도소에 수감됐던 윤모씨와 관련한 관계기관의 형집행정지 적법여부와 수형자의 관리 실태이다.
모 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윤씨는 형집행정지 이후 파킨슨병, 전신쇠약, 두통, 현기증, 등을 사유로 진단서를 발급받았다. 3개월 연장 3회·6개월 연장 2회 등 모두 5차례나 별 어려움 없이 형집행정지 연장을 받았다는 것. 형집행정지는 죄를 짓고 교도소에 복역 중인 사람이 질병 등으로 교도소 생활이 하기 어려울 때 일시적으로 석방해 병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수형자(受刑者)가 의사 진단서를 갖춰 형집행정지를 신청하면 관할 검찰청 검사장이 허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포항교도소 복역 당시 윤씨는 대구지검 포항지청에 형집행정지를 신청했고, 의사 진단서와 소견서 등을 토대로 대구지검에서 윤씨의 형집행정지를 허가했다. 결국 대구지검이 서류에만 의지한 채 윤모씨의 형집행정지 허가를 내줬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수형자가 고의로 의료기록 증명서를 위조해 형집행정지를 낼 경우 아무런 보완책이 없다는 것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세브란스 특실에 머물던 윤씨는 수 십차례에 걸쳐 입·퇴원을 반복할 정도로 자유롭게 병원을 드나들어 검찰의 관리 소홀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현행 일반 교도소의 경우 수형자가 형집행정지를 받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검찰은 무기징역수나 죄질이 무거운 수형자의 형집행정지에 대해 매우 인색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교정직공무원은 “일반 죄수들이 형집행정지를 받는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윤씨처럼 수 차례에 걸쳐 형집행정지로 풀려날 수 있는 것은 상당한 재력가의 전 부인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13일 서울서부지검 형사 5부(부장 김석우)는 윤씨에게 10여 차례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 준 주치의 박모(54) 교수의 신촌 세브란스병원 집무실 등을 9시간여 압수수색했다.
/김기태기자 kkt@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