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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자골프의 신화 박인비 선수

등록일 2013-07-04 00:24 게재일 2013-07-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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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25·KB금융그룹) 선수가 세계여자골프 63년만에 메이저 대회 3회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8월과 9월에 있을 두 번의 대회 중 한번만 더 우승하면 캘린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되는데, 이것은 세계여자골프의 신기원이 된다. 슬럼프 기간을 벗어나 지금 막 `물이 오른` 박 선수로서는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는 기회이다. 우승상금 58만5천 달러에 시즌 상금 200만 달러를 통과한 박선수는 상금부문과 세계랭킹, 올해의 선수 포인트 등에서 1위 자리를 확고히 다졌다. 특히 US여자오픈의 경우 2011년 유소연, 2012년 최나연, 올해 박인비 등 3년 연속 정상에 오르는 진기록을 세웠다. 그래서 “이 대회는 세계 대회가 아니라, 한국 대회”란 말까지 들었다.

박 선수의 스윙코치이자 약혼자인 남기협(32)씨는 경주 출신이고, 그 아버지 남영모씨(65)는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 포항지사 민원상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남씨는 예비 며느리에 대해 “꾸밈 없는 모습과 사치를 모르는 인자함이 담겨 있었다”며 칭찬했다. 기협씨는 7년 전에 박 선수를 만났고, 당시 모 골프클럽 경기과장으로 있었는데,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있던 박 선수가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기협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박 선수의 스윙코치를 맡아주었다. 그리고 2011년 8월 약혼식을 올렸다. 그는 경주 불국중, 동국대를 나와 KPGA 프로골퍼로 활약한 바 있다.

골프는 `정신력 게임` 혹은 `자기와의 싸움`이다. 어떤 경우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멘탈 트레이닝`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스포츠 심리학자에게 매주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는다.

박인비 선수는 그 심리상담에 한번도 빠지지 않았고, 어떤 어려운 숙제도 꿋꿋이 잘 치러냈다고 한다. 그 결과 박 선수는 `돌부처`라는 별명을 얻었다. 어떤 악조건도 다 견뎌내는 훈련을 이수한 덕분이다. 바둑에서 이창호 9단이 얻은 별명이 바로 `돌부처`였다. 달관(達觀) 지관(止觀)의 경지에 오른 선수에게만 주는 존칭이다. 박인비 선수의 이번 성과는 바로 그 `돌부처 경지`에 오른 자 만이 누릴 수 있는 영예였다. 그래서 경쟁상대 외국 선수들은 박 선수에게 `침묵의 암살자`라는 부러움 반 질시 반의 별명을 붙여주었다.

박 선수의 퍼팅을 사람들은 `컴퓨터 퍼팅`이라 부른다. 실로 환상적 경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긴장감과 불안감을 떨쳐내고 안정적 심리상태를 유지하며 높은 집중력을 터득한 박 선수는 성격 또한 낙천적이다. 그래서 바람이 심히 부는 대회 날에도 기적같이 정교한 퍼팅을 이뤄냈다. `진흙밭 개싸움`으로 날을 보내는 정치권에 박 선수는 무서운 회초리가 되었다. 나라 일에 집중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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