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채용은 필기시험이 없고, 서류전형과 면접 만으로 치렀으니 객관성이 결여됐다는 의혹을 사기 충분하다. 300여 명이 응시했으나, 합격자는 이미 다 결정된 후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공직사회 인사에서 그런 일은 흔히 보이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형식적으로 1차 서류전형에서 67명을 뽑고 나서 2차 면접에서 전시연구분야 13명, 경영지원분야 11명 등 24명을 학격자로 발표했다. 그런데 그 가운데 미래창조과학부 출신 2명, 특허청 1명, 대구시 2 명 등은 과학관 건립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공무원들이고, 고위 공직자의 자녀들도 합격자 명단에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그것이 그렇게 될 이유가 있었다. 서류전형과 면접전형에서는 시험관 면접관의 구성이 객관성을 완벽하게 확보해야 하는데, 이번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다. 미래부 공무원 1명, 대구시 공무원 1명, 대구과학관 직원 2명, 외부인사 1명 등 5명으로 면접관이 구성되었으니 “합격자 정해놓고 시험 본다”는 의심을 받기 좋은 구조가 아닌가. `공직 세습`은 공직 불신으로 이어진다. 청년들이 취업을 위해 사생결단하는 현실에서 아버지가 고위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힘 들이지 않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면, 둘러리 서는 청년들의 위화감과 박탈감은 엄청날 것이고, 이것은 사회 전체에 대한 불신과 저항으로 이어진다.
이런 모습과는 달리 경북도의 두 사무관이 승진의 기회를 후배들에 양보한 훈훈한 미담도 있다. 오직 승진에 목을 매는 것이 공직사회인데, 서기관 승진 기회를 양보한다는 것은 지극히 보기 드문 일이다. 홍성래(환경직) 사무관은 “여러 가지 아름다운 옷이 있지만 내 몸에 맞고 내가 입을 옷은 따로 있다. 정년도 임박한데, 후배를 위해 길을 열어줄 생각이다”라고 했다. 박시환(화공직) 사무관은 말을 아꼈지만, 주위 동료들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나보다 훌륭한 후배들이 많다. 나는 현재의 위치에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한다. 범인(凡人)으로는 상상도 못할 결단을 내린 공무원들이 경북도청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이런 공무원들이 있어서 경북도 행정에 대한 신뢰감이 한결 두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