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빚을 갚는 일에는 전 국민이 나서는 이 전통은 IMF때에도 이어졌다. 아이들 돌반지, 결혼 반지, 퇴직 기념 황금열쇠 등등 아무리 귀한 금붙이라도 흔쾌히 냈고, 중국의 언론들은 길게 줄을 선 헌납행렬을 연일 신문에 실으며 “우리도 한국을 배워야 한다”고 썼다.
우리 국민은 이번에 또 한번 외국인들을 감동시켰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있은 항공기 사고때의 일이다. 11명의 승무원 중 7명은 부상을 당해 도움을 받아야 했지만 4명은 자신이 다친 줄도 모른 채 승객들을 대피시켰다. 그 중에서 캐빈 메니저 이윤혜 과장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승객들을 진정시키고, 평소 훈련받은 매뉴얼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대피작업을 펼쳐나갔다. 그때 미국인 벤저민 레비씨도 갈비뼈가 부러진 통증을 참아가며 이 과장과 함께 50여명을 대피시켰다. 모든 승객들을 슬라이드로 피신시킨 다음 마지막으로 항공기를 탈출할 때 폭음이 들리고 불꽃이 일어났다.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위험 같은 것은 생각할 틈이 없었다고 한다.
항공기 화재때에는 90초 매뉴얼이 있다. 그 시간내에 승객을 모두 대피시키는 훈련을 평소에 받는다. 불시착한 항공기에는 불이 일어나기 마련이고, 90초가 지나면 불붙은 플라스틱에서 유독가스가 나오기 때문이다. 4명의 승무원들은 90초 룰을 지키는 일에만 몰두했고, 자신들의 안전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특히 이윤혜 과장은 꼬리뼈가 부러진 것도 모른채 구조작업에만 집중했고, 상황이 끝난 후에야 통증을 느꼈다. 언론과의 인터뷰 때도 앉지 못하고 줄곧 서서 응답을 했다. 승무원 김지연씨는 얼굴이 온통 눈물 범벅이 된 채 다친 아이를 엎고,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사무장 유태식씨, 이진희 부사무장, 신참 승무원 한우리씨도 끝까지 남아 승객의 안전을 확인한 후 마지막으로 탈출했다.
병원에 실려간 한국인들은 한결같이 “나는 괜찮으니 더 다친 사람들을 먼저 치료하라”고 의료진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 채널A 앵커는 “중국인 2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인이 아니어서 우리 입장에서는 다행”이란 망언을 지껄여 한국인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인격이 수준 이하인 이런 앵커를 그냥 두어서는 안된다. “한국 아나운서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나”란 비판이 바로 나왔다. 함부로 놀린 방송인의 입 때문에 외교적 손실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