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정상외교 성공은 그 원인이 인문학에 있었다. 박 대통령은 이공계 출신이지만 인문학 공부도 깊이 했다. 수필가로 등단했고, 몇개의 외국어를 익혔고 동양고전을 읽어 마음을 닦았다. 그 인문학적 소양이 이번에 정상외교에서 빛을 발했다. 칭화대 강연에서 중국 고전속의 명언을 원어로 인용한 것도 좋았지만 그보다 더 감동적인 것은 중국철학사에 관한 수필이었다.
2007년 `월간 에세이`5월호에 발표한 `내 삶의 등대가 됐던 동양철학과의 만남`이란 글에서“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던 시절 내 인생의 큰 스승으로 자리 잡은 것이 펑유란 선생이 쓴 중국철학사였다. 서양철학과 달리 동양철학에는 인간이 바르게 살아가는 도리와 어지러운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의 가르침들이 녹아 있다”고 썼다. 국빈방문 전 중국에서 출판된 `박근혜 일기`에 이 내용이 소개되면서 중국 언론이 크게 들썩거렸다. 칭화대 강연에서 박 대통령은 `중국철학사`중의 한 귀절을 원어로 읽었다. “방안에 혼자 앉아 있어도 마음은 네거리를 다니듯 조심하고 작은 뜻을 내보이더라도 여섯 필의 말을 부리듯 조심하면 모든 허물을 면할 수 있다”독신(獨愼)의 수양법이다.
박 대통령은 칭화대 강연후 펑유란 박사의 친필 휘호 족자를 선물받았다. 89세(1984) 때 당나라 시인 왕창령의 시를 쓴 작품이다. 이 서예작품은 중국의 문화재로 지정돼 있는데 당국의 특별허가를 받아 선물할 정도로 대통령의 중국 정상외교는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 부부가 베푼 특별 오찬에서도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당나라 때 시인 왕지환의 대표적 명시를 예술대학의 유명 서예가가 쓴 족자를 받은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인문학적 소양`이 거둬낸 한·중외교의 성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스티브 잡스는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하면서`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의 결합`이 이뤄낸 성과를 보여주었다. 그는 이공계 대학에 입학했지만 절반의 시간을 인문학 강의를 듣는데 할애했다. 인문학에서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고, 상상력을 배양하며, 이공계에서 얻을 수 없는 아이디어를 얻어냈다. 그 결과가 아이폰의 성공이었다. 경영학 분야에서도 인문학은 약국의 감초로 등장한다. 2011년 다보스포럼에서는 셰익스피어의 리더십, 언어의 발전과 쇠퇴, 음악 미술 치료 등 인문학과 문화예술에 관한 분과회의가 신설됐다.
대학들이 인문학과를 폐과시키고 있다. 취업이 잘 안 된다는 이유로 응시자가 자꾸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학들도 계속적인 적자 출혈을 감내하기 어렵다는 사정은 알지만, 인문학을 아주 버릴 수는 없다. 이공계, 의학 약학, 법학 등에서 인문학 강좌를 필수로 넣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모든 길이 인문학으로 통하는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