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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가 꽃피는 계절이다

등록일 2013-07-22 00:27 게재일 2013-07-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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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만큼 호된 수난을 받은 꽃도 없다. 일제때 `무궁화와 사쿠라의 비교`때문에 `조선 민족정신 말살`의 일환이 된 것이다. 전국적으로 뽑혀지고 불태워졌고 무궁화를 보면 눈병이 생긴다는 둥 몸에 부스름이 난다는 둥 터무니 없는 험담을 퍼뜨리고 무궁화를 보거든 침을 3번 뱉어라는 둥 측간이나 퇴비더미 근처에나 심어라는 둥 천대 구박이 극심했다. 그러나 남궁억 선생은 뽕나무로 위장해서 무궁화 묘목을 길러내 보급했고, 우호익 선생은 무궁화의 역사와 생태를 깊이 연구해서 귀한 자료를 남겼다. 이 두 선각자가 없었다면 우리나라도 북한처럼 무궁화 없는 처지가 됐을 것이다.

무궁화는 우리 민족과 깊은 인연이 있다. BC8세기에 나온 중국고전 `산해경`에 “북방에 있는 군자의 나라에는 무궁화가 많이 자란다”란 기록이 있고 고운 최치원 선생이 중국에 보내는 국서에 “우리 근화(槿花)지국은….”이라는 귀절이 있다. `근화`란 무궁화를 뜻한다. 신라때 청소년단원들이 머리에 무궁화꽃을 꽂고 다니며 교육훈련을 받았다 해서 `화랑도`란 이름을 얻었다. 과거시험에 장원급제 하면 임금이 `어사화`를 관모에 꼬아주는데 그 꽃이 무궁화였다.

일제 수난의 역사를 다 겪어낸 후 1949년 무궁화는 화려하게 부활한다. 대통령 휘장, 행정·입법·사법부의 휘장, 경찰의 계급장, 상장 표창장의 도안 등에 무궁화 문양이 채택되었고 1950년에는 태극기를 매다는 깃대의 깃봉을 무궁화 봉오리 모양으로 만들었다. 북한은 이에 반발해서 무궁화를 모두 없애고 함박꽃을 국화(國花)로 삼았다. 애국가의 `무궁화 삼천리`란 귀절은 통일염원의 노랫말이 돼버렸다.

유럽에서는 무궁화를 `Rose of Sharon`이라 부른다. 샤론은 팔레스타인의 옛이름이고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할 때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복지가 기다리고 있다” 했던 바로 그 곳이다. 샤론의 장미란 말은 무궁화에 대해 최고의 찬사인 셈이다. 남태평양 여러 섬나라에서는 손님에게 꽃목걸이를 걸어주는데 `hibiscus`라 부르는 바로 무궁화이다. 비가 많고 날씨가 더워서 꽃이 엄청 크다는 점이 우리나라 무궁화와의 차이점이다. 북한만 빼고 무궁화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무궁화는 세계적인 꽃인데, 우리나라가 그것을 국화로 선점(先占)한 것이다.

무궁화는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꽃이지만 봉오리가 끊임 없이 피어나서 7월부터 11월까지 3, 4개월간 그야말로 `무궁하게`핀다. 포항 청하 기청산식물원에 30년생 무궁화 216종이 지금 꽃을 피우고 있는데 광복절인 8월15일까지 무궁화축제를 열고 있다. 무궁화가 얼마나 아름다운 꽃인지를 실감할 기회이다. 무궁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바로 애국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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