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발 늘리는데 쓰는 공업용 표백제, 안동지역 7곳에 공급 60대 입건
안동에서 30여 년 동안 중화요리점에서 일한 주방장 A(51)씨. 요즘처럼 푹푹 찌는 날씨 속에 자신이 반죽한 면발이 예전처럼 늘어나지 않자 어깨며 팔 등 온몸이 쑤신다고 투덜거렸다. 최근까지 구입이 가능했던 백색가루약 일명 `면뽕` 공급이 경찰 단속에 걸려 중단됐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4월 본지 취재진이 안동의 한 공급 업자로부터 문제의 가루약을 손쉽게 구입했다. 가로 6cm, 세로 8cm 크기의 투명한 비닐 봉지에 담겨진 분말 물질은 겉포장에 아무런 표기도 없는데다 시큰한 냄새를 풍기기도 했다.
실제 중화요리집에서 똑같은 분량으로 이 물질을 용해시켜 밀가루를 반죽해 본 결과, 색깔도 색깔이지만 일반 면발보다 0.5배 가까이 늘어났다. A씨는 특히 수작업으로 면(수타면)을 만들 경우 이 약품이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고 귀띔했다. 무슨 성분인지는 자세히 몰라도 면발이 손쉽게 잘 늘어나기 때문에 오랜 기간 업소에서 암암리 사용한다는 사실도 털어놨다.
그러나 정체불명의 이 백색 물질의 판매 행각은 결국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식품 기준에 맞지 않고, 명칭과 용도 등의 표시도 없는 산업용 첨가물을 유통시킨 혐의(식품위생법 위반 등)로 공급업자 B씨(62)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해당 분말을 수거해 국과수에 의뢰한 결과 `차아황산나트륨`인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지난 2008년부터 대구 등 재래시장에서 차아황산나트륨 1kg을 1만원에 구입해 다시 50g씩 소포장해서 안동지역 중화요리집 7곳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시민들의 건강은 뒷전인 채 싸구려 산업용 첨가물을 당초 매입 금액보다 무려 20배로 이윤을 남기고 판매한 것으로 경찰은 이 같은 유사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식품의약청 관계자는 “차아황산나트륨은 산화방지 등 일부 식품에 사용되긴 하나 인체 유해한 첨가제로 분류돼 있다”면서 “법정 허용량만 쓰면 문제가 없지만 기준치를 초과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치아황산나트륨으로 흰쥐를 실험한 결과 신경염, 골수 위축에 통증을 일으키는 부작용 외에도 위점막을 자극하는 소화기 장애, 순환기 장애, 천식 유발, 호흡기 점막, 눈 자극, 유전자 손실, 염색체 이상 등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동/권광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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