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복지를 늘리는 것보다 세금 덜 내는 것을 택한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16개 광역시도 만 20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세금을 더 내서라도 복지를 늘려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40%에 불과했다.“복지를 위해 내는 세금은 나중에 내게로 돌아온다”는 인식보다는 “내가 낸 세금이 헛되이 샌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음을 의미한다. 이것이 핀란드와 우리나라의 차이점이다. 공기업들이 국민세금으로 운영하면서 터무니 없는 성과급 등 돈잔치를 벌이는 현상이 국민불신을 부르는 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낭비하는 국민혈세를 막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자치단체장들의 실적 쌓기로 새는 예산이 적지 않다. 안동시는 지난 2011년 47억원을 투입해 주차타워와 연결육교를 건립했으나 이용자가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이 돼 있다고 한다. 국비사업의 특성상 특정시기에 반드시 사업비를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가 시장 상인들과 충분한 의견 조율 없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해서 생긴 현상이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 17일 안동신시장에 5일장이 서는 날, 207면의 주차타워 시설을 이용하는 차량은 80여대이고, 연결육교 통행인은 3명 안팎이었다고 한다.
산꼭대기에 동사무소를 지어`전망대 동사무소`란 비아냥을 듣는 구미시 인동주민센터는 부지매입비보다 토목비가 갑절 가까이 더 들어가 배보다 배꼽이 큰 주민센터란 비난을 받고 있다. 경사도가 심한 산을 깎아 부지를 조성하는 바람에 공사비가 엄청 더 들어갔고, 그런 산지를 구미시는 공시지가 보다 약 18배나 더 비싼 가격으로 매입했다는 비난을 듣는다. 이렇게 된 내막이 무엇인지 감사원 감사나 경찰 수사를 거쳐야 할 일이 아닌가 한다.
2010년 구미 새로넷방송이 1억원을 들여`시간여행`이라는 조형작품을 제작, 금오산 도립공원 분수광장에 기증했는데, 관리 소홀로 고장이 난채 1년째 방치되고 있다고 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자치단체의 자산을 가볍게 생각하는 공직자들의 무관심이 바로 예산낭비의 원인이다. 국민혈세가 새는 뒷구멍부터 잘 막는 것이 세금을 더 거두는 일보다 요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