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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등록일 2013-08-26 00:22 게재일 2013-08-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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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우리나라는 학문적 사대주의가 극심했다. 외국 학위를 받아와야 대학 강단에 설 수 있었는데, 철학 문학 등 인문학은 유럽에서, 정치학 행정학 등 사회계열은 영미에서 박사학위를 받아오면 대학교수로 직행하던 때도 있었다. 우리나라가 외국에서 온 유학생에게 학위를 준다는 것은 상상이 되지 않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한국에서 새마을학 석사 학위를 받은 유학생이 3명이나 나오고, 교육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아프리카 케냐 마사이족 청년도 있다. 한국에 유학 오는 외국인이 많아진다는 것은 우리의 자부심일뿐 아니라 우군층이 두터워진다는 의미가 있다.

지난 22일 영남대 학위수여식에서 3명의 유학생이 세계 최초의 새마을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네팔 출신의 프라틱샤 로카(26·여) 씨와 캄보디아 교육부 공무원인 멘쿵(35) 씨, 필리핀 의회 공무원인 오르파 모라(37) 씨 등이다. 그리고 20일 부산 영도구 고신대에서는 아프리카 캐냐에서 온 벤손 카마리씨(30)가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아프리카 출신으로는 최초로 한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곧 고신대 교수가 될 인재이다.

네팔 출신의 로카씨는 본국 대학에서 간호학으로 학사학위를 받고 고향으로 돌아가 환자를 돌보다가 어느날 신문에서 한국의 새마을운동에 대한 기사를 보고 “간호학과 새마을학을 접목시키면 우리나라를 발전시킬 호재가 될 것”이란 생각을 했고, 2011년 3월 영남대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에 첫 신입생이 됐고, 학비와 생할비도 지원받았다. 그녀의 남편 수베디(27) 씨는 영남대 일반대학원에서 약학 석사과정을 끝내고 아내와 나란히 석사학위를 받았다. 로카씨는 네팔 여성들이 받는 차별대우에 대한 논문을 썼는데, 한국의 새마을운동이 여성의 사회참여를 보장하고 활로를 열어준 점을 높이 평가하며 네팔에서도 이와같은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부산 고신대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은 벤손 카마리 (30) 씨는 아프리카 케냐 고향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1등으로 졸업하고 장학생으로 고등학교에 들어갔고, 졸업 후 나이로비에 있는 데이스타대에 진학했다. 2008년 2월 대학 졸업식때는 `최우수 학생`으로 선정됐다. 자매결연 대학으로 그 졸업식에 참석했던 고신대 김성수 총장은 벤손에게 유학을 권유, 장학금과 기숙사 제공을 약속했으며, 고신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올해 8월 박사학위를 취득하게 됐다. 그리고 다음 학기부터 교육학 교수로 임용된다.

외국의 뛰어난 재목를 발굴해 교육시켜 `인재`로 만드는 일은 선진한국이 해야 할 당연한 임무이고, 유엔이 권유하는 `문화의 국제적 균형`을 실천하는 일이다. 가짜 유학생도 많지만 빛나는 `보석`도 적지 않다. 이들에게 한국은 `희망`의 나라가 돼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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