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낭비의 주적(主敵)이 예산나눠먹기다. 지난해 18대 국회가 그 전형적인 작태를 보여주었다.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을 지키지도 못하면서 졸속 예산심의를 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가 노골적으로 나타났다. 예산나눠먹기는 어느 국회에서든 조금씩은 보여지는 현상이지만, 비정상적인 것이 관행으로 굳어져서 정상적으로 보여질 뿐이다. `복지예산 압박`이 그 어느때보다 강한 지금에 이르러 그런 비정상적인 예산 배정은 반드시 사라져야 할 악덕이다.
그런데 영양지역에서 그런 나눠먹기 악습이 보여지고 있다는 보도다.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가 짜맞추기식 졸속 예산편성이라는 논란과 함께 절반 이상의 예산을 지역 군의원들이 고루 나눠 가졌다는 것이다. 농로포장, 배수로 설치 등 총 19건의 소규모 공사가 불요불급한 사업 위주인데다가, 모두 수의계약이 가능한 3천만원 이하의 금액으로 쪼개져서 `로비의혹`까지 겹친다. 또 당초 1억5천만원이었던 예산이 추경에서 5억원으로 늘었고, 그 중 3억5천만원이 7명의 군의원들에게 각각 5천만원씩 균등 할당됐다.
영양군의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는 사업의 타당성에 관계 없이 군의원들의 쌈짓돈처럼 사용되고, 세부사업을 짜맞추기식으로 증액해 나눠먹기식으로 편성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 주민은 “군민의 혈세가 객관성 투명성은 뒤로 한 채 의원들의 입맛과 친분에 따라 선심성 예산으로 전락되는 것 같아 개탄스럽다”고 했다. 집행부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똑같이 나눠주는 것이 가장 속 편하다”고 하겠지만,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혈세 낭비에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주민참여예산편성`제도를 채택했다. 나눠먹기식 예산편성을 방지하고, 낭비성, 전시성, 행사성 사업비를 배제하고, 불요불급한 사업예산을 가려내는 일에 주민들이 참여하는 것이다. 지방의원들의 손에 예산심의를 통째 맡겨둘 수 없다고 생갹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지역도 주민 직접 예산편성에 참여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