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시대가 변하면 시장의 모습도 변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구도 시대의 흐름을 거역할 수 없다. 그러나 변화가 꼭 `발전`일 수는 없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우려 때문에 사람은 누구나 변화를 두려워한다. 특히 생업이 달려 있는 경우라면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다. “잠시의 불이익과 불편을 참고 견디면 장차 전반적인 이익이 올 것”을 알면서도 불안감을 떨치지는 못한다. 죽도시장의 변화에도 갈등과 마찰은 있었다. 새로운 자리로 옮겨가야 하는 노점상들의 입장에서는`개풍약국 앞 고향땅`을 떠나기 싫을 것이다. 또 오천시장 노점상 30여명의 심정도 `정든 고향땅`을 떠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죽도시장 노점 40곳 중 절반 가량은 포항시청의 계획에 동의하고 안쪽으로 자리를 이전했지만 나머지 노점상들은 반발했으며 민주노점상전국연합(민노련)도 반대시위를 예고했다. 포항시청은 지난 27일 오전 10시 강제철거하겠다고 통고해 양측간의 마찰이 우려되기도 했다. 그러나 양측은 지혜로운 선택을 했다. 민노련이 철거 반대집회를 취소한 것이다. 반대할 경우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 비용을 노점상들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대의(大義)와 미래의 이익을 위해서는 반대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에 당초 이전을 거부하던 노점상들도 시청의 뜻에 동의하고 각 노점상의 좌판을 설치할 위치도 제비뽑기로 결정했다. 장소 지정까지 마친 30분 후 철거전문업체 직원 80여명과 중장비가 들어와 철저작업이 진행됐고 일부 작은 마찰은 있었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 이와 같이 된데에는 시청 담당공무원의 노력이 효과를 발휘한 것인데, 27일 0시와 새벽 4시 두차례에 걸쳐 시와 민노련과 철거업체가 모여 협의를 했고, 거기서 극적인 타결을 보았던 것이다. 일방적 강제집행이 아니라 설득하는 행정기법을 발휘한 덕분이다.
그러나 `이전한 노점상`과 `기존의 상인`사이의 마찰과 갈등은 앞으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상권 침해를 묵과할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마찰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귀신은 경문에 막히고 사람은 안면에 막힌다고, 살다보면 안면이 익고 친분이 쌓여 머지 않아 `동료`가 될 것이다. 세월이 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