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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대학을 과감히 정리하라

등록일 2013-09-02 00:17 게재일 2013-09-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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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유흥업소 여러개 보다 대학 하나 접수하는 것이 낫다” 이것은 조폭들이 하는 말이다. 유흥업소나 성매매업소는 경찰의 단속이 워낙 심하고 지방에서는 건설이나 사채업 같은 `일감`이 적고 해서 대학으로 진출한다.

대학에는 학생회비라는 눈먼 돈이 있는데 조폭 행동대장 같은 자들이 대학에 입학을 한 후 학생회장이 되어서 각종 이권을 얻는다. 물론 조폭이 노리는 것은 `부실 대학`이다. 고등학교 졸업장만 있으면 입학시험도 없이 들어갈 수 있는 대학이 숱하다. 총학생회장 선거에는 경찰에서 발행하는 `범죄경력증명`을 내야 하지만 안 내도 묵과하는 대학들도 있다.

학생회장 선거에 다른 후보가 나설 경우 위협을 가해서 자진사퇴시키고 자신의 조직원을 단독 출마시켜 당선시킨다. 당선되면 학생회비를 마음대로 주무르는데, 대략 1억에서 2억원 사이로 착복하고 조폭이 운영하는 기획사에 축제나 체육대회 행사를 맡기면서 비용을 부풀려 지급하는 방식으로 10억원 가까이 챙긴 사례도 있다. 총학생회장이 졸업을 하면 다시 입학해서 8년간 총학생회장이 되는 경우도 있고 총학생회장인 조직원이 패싸움 등으로 징역을 살다가 출감 후 총학생회장에 복직하는 예도 있었다.

이런 일들에 대해 대학당국이 알지 못하는지, 알고도 묵인하는지 모르지만, `머릿수` 채우기가 급한 부실 대학들로서는 `학칙`을 엄격히 세울 여유가 없다. 그래서 일부 전문대 등은 “조폭 양성소냐, 공부시키는 곳이냐”란 소리를 듣는다.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될 대학들이 버젓이 `대학`이란 이름을 달고 `졸업장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대학들을 교육부가 손 보고 있다. 설립자가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서남대 등 4개 대학 등을 비롯해 전국 35개 대학이 경영부실대학으로 지정됐다. 이런 대학들은 내년 한 해 중앙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지원금을 받을 수 없고, 신입생은 국가로부터 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 조폭이 총학을 장악한 대학, 가짜 외국 유학생을 대거 받은 대학, 출석 없이 원격강의로 학점을 주는 대학,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자격을 가진 학생들만 모아 정부에서 제공하는 장학금으로 연명하는 대학들이 그 대상이다. 말하자면 귀태(鬼胎)대학들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재정지원제한 대학 35곳 중 대구 경북은 9개 대학이 포함됐다. 대부분 전문대인데 4년제도 2개나 들어 있고, 2년 연속 지정된 대학도 4개나 있다. 2017년이 되면 대학정원이 고교 졸업생 수보다 많아진다. 전문대가 계속 난립하기 때문이다. 2018년부터 숱한 전문대가 문을 닫을 것이다. 재단만 배불리는 일, 조폭의 먹잇감이 되는 일, 가짜학생을 양산하는 일 같은 것은 하루 빨리 청산해야 할 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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