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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를 포기할 수 없다

등록일 2013-10-15 02:01 게재일 2013-10-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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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재선충병은 1905년 일본에서 처음 발생했고, 무역을 타고 한국·대만·중국 등 인근 국가들로 번지다가 지금은 `글로벌 두통거리`가 되었다. 1988년 부산시 금정구에서 처음 발견됐는데, 2004년 경남 전역으로 퍼졌다. 솔잎이 아래로 처지다가 적갈색으로 변해 말라죽으면 재선충 감염목이다. 일본과 대만은 초기 대응을 제대로 못해 순식간에 전국이 감염권에 들었고, 마침내 소나무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일본은 북해도와 왕실림 등 일부의 소나무숲만 보호하고 전국의 소나무를 포기했고, 대만은 소나무 대신 수종을 차나무로 바꾸는 중이다.

사실상 소나무는 병충해와 산불에 약한 단점이 있다. 한 때는 송충이가 극성을 부려 학생들이 송충이 잡기에 나서기도 했다. 또 솔잎혹파리병이 돌아 전국을 긴장시키더니 지금은 소나무 에이즈라는 재선충이 솔수염하늘소를 타고 널리 퍼져나간다. 뿐만 아니라 소나무에는 송진이 많아 산불에 극히 취약하다. 솔가지에 붙은 불은 그대로 불꾸러미가 되어 바람을 타고 이 산에서 저 산으로 날아간다. 포항 수도산 일대와 경주 남산의 산불은 그렇게 넓은 지역으로 번져나갔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소나무를 `망국의 나무`라고 혹평한다.

소나무재선충 박멸에 모범을 보인 곳이 부산시이다. 일본과 대만의 실패를 거울 삼아 초기부터 본격적인 박멸작전을 폈던 것이다. 감염된 나무를 베내어 불태우고 예방약을 신속히 개발해 고사목 주변 나무에 주사하고 솔수염하늘소가 활동을 중지하는 10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항공방제를 때맞춰 실시하고, 감염목을 잘라 훈증약을 뿌린후 비닐로 덮는 등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그 결과 부산시는 `재선충 청정지역`으로 선포할 수 있었다. 이것은 미국과 캐나다도 못한 일이었다. 그래서 유럽연합(EU)은 부산의 방제시스템을 모범 방제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이던 재선충병이 4년전부터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더니 고사목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 당장 잡지 않으면 지난 10여년의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소나무가 비록 결점 많은 나무지만 그래도 우리민족과 애환을 함께 한 민족의 나무다.`남산위의 저 소나무`나 `일송정 푸른 솔`이 대표적 상징이고, 조상의 묘소 주변에는 반드시 소나무를 심었다. 사철 늘푸른 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기상과 닮아 있다.

방제예산을 적기에 방출하고 조경업체, 재재소, 톱밥공장 등 소나무가 이동하는 곳에 대한 감시 단속을 철저히 해야 한다. 인력 부족을 공공근로와 자원봉사자들로 보완하고, 감염목을 발견 신고하는 사람에 대한 포상도 할 필요가 있다. 당국의 손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온 국민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민족의 나무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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