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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예산심의와 돈 로비

등록일 2013-10-30 00:01 게재일 2013-10-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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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민주주의란 이름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처음 발족될 당시에는 돈이 큰 위력을 발휘했다. 당시에는 무보수 명예직이었고, 정당공천제도 실시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재력이 있는 사람이 대거 의회에 들어갔다. 그러니 자질이 한참 미달인 사람이 돈의 힘으로 버젓이 지방의원 배지를 달았고, 의장 선거에 당선되기도 했다.

그 후 매월 정액의 보수를 받는 대신 정당공천제에 갇히게 되었다. 정당공천제는 지방의원을 지역구 국회의원의 수족으로 만들어 지방자치를 후퇴시켰지만, 지방의원의 수준을 높이기도 했다. 중앙당이 공천 심사를 통해 `자질이 형편 없는 자`들을 사전에 솎아냈기 때문이다. 그래서`돈`만 가지고 지방의원이 되고, 의장이 되려는 사람들이 배제됐다. 이렇게 걸러내고 나니 지방의회가 나름대로 상당한 품위를 갖추게 되었다.

그런데 지방의원 사이에 로비가 오간다는 소문은 그치지 않았다. 외부 업자와 연결되어서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의원도 있고, 사업체를 경영하는 의원도 있기 때문에 예산심의때 이해관계에 걸리는 예산항목이 무사히 통과되려면 아무래도 `작용`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현금을 주고 받는 일은 `근거`가 잘 남지 않아서 `입증`을 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소문`은 나기 마련이다.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이어서 술김에 혹은 홧김에 털어놓기도 하고, 누구에게 은밀히 귀띔을 하기도 한다. 특히 돈을 분배할 때 대상 의원의 경중을 고려해서 액수에 차이를 둘 경우 상대적으로 덜 받은 사람은 자존심이 상해서 소문을 더 내고 다닌다.

예산 심의 과정에서 돈로비가 있다면 그 예산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예산낭비 없이 한 해 살림살이를 규모 있고 알뜰히 하려면 심의를 가장 합리적으로 해야 하는데, 돈로비에 의해 예산이 왜곡된다면 이것은 국민혈세를 함부로 쓰는 죄악이다. 그러나 돈로비는 증거 잡기가 어려워서 그동안 사법처리되는 경우는 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울진군의회가 꼬리를 잡힌 모양이다. 군이 추경 33억원으로 돼지농장을 사들여 운동장으로 만들 계획이었으나 의회가 환경개선자금 5억원만 살리고 삭감했고 그 후 주민들이 공청회를 열어 매입을 결의함으로써 내년 예산에 악취 심한 돼지농장을 사들일 예산을 편성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A의원이 B의원에게 200만원을 주며 `통과`를 부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B의원은 “돈 받은 일 없다”고 강력 부인하고, A의원은 “돈을 주었으나 곧 돌려받았다”고 했다. 울진경찰서가 내사에 착수했다고 하며, 돈을 한 의원에게만 주었을 리 없으니 다른 의원들에 대한 조사도 벌일 예정이다. 그러나 확증을 잡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여론과 주민의 결심으로 다음 선거때 해당 의원들을 `표`로 응징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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