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북한은 스탈린 시절부터 맹방이었다. 사상적 종주국인 러시아는 오랜 세월 북한에 석유를 지원해주었다. 그러다가 소련이 해체되면서 그 지원이 끊어진 후 양국은 한동안 소원했지만 북한은 여전히 러시아에 거액의 빚을 지고 있다. `빚진 죄인`이라 하는데, 북한은 러시아에 경제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국과 러시아의 경제협력 관계에 있어서 `중간에 낀 북한`의 협력이 필수적이고, 북한에게도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북이 협력하지 않을 리 없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항상 걸림돌이 되는 것이 북핵과 화학무기다.
양국 정상은 남·북·러 3국 사업의 시범사업으로 포스코, 현대상선, 코레일 등 우리 기업이 `나진-하산 물류협력사업`의 철도·항만에 참여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또 조선부문에서도 양 정상은 우리측 기술이전 등을 조건으로 LNG운반선 13척을 수주하는 대형 프로젝트에 협력키로 했다. 그 외에도 “한·러 최고위급 및 고위급 정치 안보 대화를 강화하고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러시아연방 안보회의간 정례대화 등 관련 협의체를 더욱 활성화하기로 했다”는 말을 공동성명에 담았다.
여기까지는 매우 희망적이고 바람직한 미래가 보인다. 그러나 항상 북한문제가 걸린다. 공동성명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을 포함한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들이 조속히 가입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요구와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에 반하는 평양의 독자적인 핵 미사일 능력 구축 노선을 용인할 수 없고, 북한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따라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 이 말은 북한이 가장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내용이다. 국제사회와 북한이 서로 “절대불가”로 버티는 사항이 들어 있는 공동성명에 북한이 어떤 자세를 보일 것인가. `러시아의 위력`이 먹힐 것인가.
핵과 화학무기만 내려놓으면 북한에게는 엄청난 경제적 이득이 바로 생긴다. 러시아의 가스가 평양을 거쳐 서울로 오니 통관이익이 생기고, 나진~하산 간의 철도는 유라시아횡단철도에 연결되니 수송이익도 엄청나다. 경제를 살릴 것인가, 핵을 고집할 것인가. “핵무기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을 깊이 되새겨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