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패딩 광풍을 일으킨 곳은 중·고등학교다. 3년 전부터 25만~70만원짜리 노스페이스 패딩이 지금의 초고가 패딩광풍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당시 노스페이스 패딩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등골 브래이커`라 불리었다. 부모의 등골을 뽑는다는 뜻이다. 자식들이 “남들은 다 입고 다니는데, 나만 찌질이 된다”며 졸라대니 부모로서 땡빚이라도 내서 사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이란 `겉치레 경쟁`에 쉽게 내몰리고, 과시욕 또한 성인과 다르기 때문에 `값싼 옷 입고 자존심 상하면` 비참해진다.
값싼 옷을 입는 아이들은 찌질이라 불린다. 궁상스럽고 초라하고 소외당하는 아이란 뜻이다. 겉치레가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 것이다. `속`과 `실력`을 어떻게 알차게 채울 것인가. 학생의 본분을 어떻게 충실히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보다 어떻게 겉껍데기를 돋보이게 꾸밀 것인가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그래서 집안 사정이야 어떻든 옷 사는 돈을 아깝게 여기지 않는다. 이런 자식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학부모들은 골병이 든다. 자녀가 2~3명 되는 집 부모들은 자식들 학비 걱정보다 옷값 걱정에 더 골머리를 앓는다.
포항지역도 다를 바 없다. 교복 위에 덮어 입는 점퍼가 교복처럼 된지 오래인데,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의 다운 점프의 경우 지난해 N사 제품이 39만원에서 47만원대에 팔렸고, 최고급품은 79만원까지 갔다. 그런데 올해 들어 N사 제품은 유행이 지나 인기가 사라졌고, 아직 그런 점퍼를 입으면 `찌질이`취급을 받는다. 올해 K사 제품이 68만원, 79만원이지만 잘 나간다. 다른 K사 제품도 69만원, 79만원에 날개 돋친 듯이 팔린다. 그래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0% 성장세를 기록한 업체도 적지 않다. 학부모 등골 뽑아 벌어들인 돈이다.
유명 아이돌을 내세운 상인들의 교활한 상술과 학생들의 겉치레문화와 경쟁의식과 과시욕이 손뼉을 맞춰 학부모들을 빚더미 위에 올라앉힌다. 지난 시절에는 학생들에게 덧옷을 입지 못하게 했다. 내의를 두둑히 입히고 교복만 입혀 겉치레 경쟁을 못하게 한 것이다. 그 시절의 문화로 돌아가야 부모가 허리를 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