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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저력이 기적을 창조했다

등록일 2013-12-03 02:01 게재일 2013-12-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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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지막 보내는 날. 달력이 단 한 장만 남은 계사년 섣달 초 하룻날에 포항은 감격을 맛봤다. 포항 철강전사들이 울산현대를 격파하고 극적으로 K-리그에서 우승했다. 한국프로축구가 발족된 이래 30년 프로축구 사상 한 시즌에 FA컵과 K리그를 차례로 차지한 팀은 포항 스틸러스가 유일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만난 감격이다. 정치권을 보면서 분통 터지던 속앓이를 포항 축구가 한방에 날려버렸으니, “황새 황선홍 감독님과 선수 여러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황새가 날개 달고 훨훨 더 높이 비상하소서!” 축원의 말이 절로 나온다.

이번 우승은 실로 `한 편의 극적인 드라마`였고, 그래서 더 감동적이었다. 후반 50분 울산 패널티박스 우측에서 프리킥을 얻은 포항이 문전으로 볼을 연결했고, 혼전이 벌어지다가, 박성호가 찬 볼이 수비를 맞고 흐르는 것을 중앙수비수 김원일이 골로 연결시켰다. 후반 추가시간 5분 사이에 일어난 결승골이었다. 황 감독은 “기적같은 일이 과연 벌어질까”라고 생각했는데, 그 기적이 결국 현실화 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것은 기적이라기 보다 `포항의 저력`이 만들어낸 `성과`라 해야 할 것이다.

스틸러스의 경기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수천 명씩 몰려가 목이 터지게 응원하는 포항 응원단이다. 이번 울산문수월드컵 경기장에는 5천여 명이 버스 80대에 나눠 타고 응원을 갔다. 울산은 이번 경기에서 비기만 해도 우승할 상황이었다. 울산은 지연전술을 펴다가 여러번 경고를 받았고, 포항은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가다가 종료 휘슬 몇 십초를 남긴 상황에서 결승골을 넣고, 바로 경기는 종료되었다. 승점에서 앞선 포항은 감격에 겨워 승리의 노래를 불렀고, 울산은 통한의 눈물을 삼켜야 했다.

포항시민들의 축구열기는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이다. 터키 국민들은 특히 축구에 열광하는데, 수백개의 프로축구팀이 있고, 매일 경기가 열릴 정도이다. 2002 월드컵 이후 우리나라 축구열기도 대단하지만, 버스 80대를 동원하는 도시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래서 포항의 축구열기는 유별나다는 평을 듣는다. 그런데 그 축구열기는 단순히 그냥 `열기`가 아니라 포항시의 저력에서 나오는 `용광로 열기`라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포항의 열정이고, 진취적 개척정신의 총화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이같은 열정과 추진력을 가진 포항시민들은 실로 `호랑이꼬리`의 위력을 가진 시민들이라 할 것이다.

박승호 포항시장은 “스틸러스가 시민구단으로서 시민들에게 꿈과 용기, 그리고 희망을 안겨줬다. 극적인 승리를 거둔 것은 포항의 힘이고, 53만 시민의 저력을 보는 것같다”고 했다.

어떤 역경도 극복하고 마침내 승리하는 포항의 힘이 더 창대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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