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출판기념회에는 보통 1천명 이상이 모여들어 평균 20만원이 든 봉투를 내놓고, 읽지도 않는 책 2권 정도를 받아 간다고 한다. 대학교수나 문학인들의 출판기념회에는 100 명 모으기 어려운데,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에는 기업인이 구름처럼 모인다. 그들은 권력을 가졌기 때문에 눈도장을 찍어놓지 않으면 후에 섭섭한 변을 당할 위험이 있다. 몇 십만원씩 보험금을 내는 것이다. 그런데 선거철이 다가오면 그 출판기념회가 줄을 잇는다. 월 평균 100만원 가량 나간다. “권력자들의 출판기념회 때문에 등골이 휜다”는 기업인들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
출판기념회는 가장 `이상적인` 선거자금 모금 수단이다. 한번에 억대를 챙기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런데 이 자금에는 세금도 붙지 않는다. “재화가 흐르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이 여기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회계보고 의무도 없다. 얼마를 거두었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후원금`은 까다롭게 따진다. 일정 금액 이상은 받지 못하게 한다. 그래도 양심 있는 정치인은 책값으로 두고 가는 돈에 일일이 영수증을 떼주고, 신용카드로 결제해 근거를 남기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일부다.
선거철이 가까워지면 문장깨나 쓴다는 `글꾼`들이 살판난다. 책의 절반 정도는 전문 글꾼들이 대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예 통째 전문가가 쓴 것도 많다. 치적이나 자랑스러운 행적을 적은 자료만 보내주면 냉큼 번듯하게 써주는데, 그 기간이 일주일을 넘지 않는다. 그 글값은 보통 1천만원에서 3천만원 선이라 하는데, 정치인들은 이런 글꾼들로부터 수시로 “자서전 한권 내시지요”하고 권유하는 전화를 받는다고 한다.
`출판 민폐`가 심하다. 읽히지 않는 공적조서 같은 책이 정치자금 조성의 중매장이 구실을 하고,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종이를 낭비한다. 이사 갈 때는 필요 없이 짐만 되는 책은 버리는데, 정치인들의 모금용 책은 폐기처분 1호가 된다. 재생용으로 파쇄공장에 바로 들어가는 이런 책을 내지 못하게 해야 한다. 기부금 처리를 하고, 기부자를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세금을 내게 해야 한다. 출판모금이 지하경제가 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