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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과 학생이 치고받는 나라

등록일 2013-12-13 02:01 게재일 2013-12-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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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의 원광대학교 약학과에서는 상급생이 하급생들에 집단폭력을 가했다가 고발을 당하고, 학교는 정학처분을 내렸다. 후배가 선배에게 인사를 잘 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또 같은 대학 군사학과 교수가 학생들에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해 고발을 당해 징계를 받았다. 군대도 지금은 구타를 금하고 있는데, 아무리 군사학과지만 학생들에게 습관적으로 매질하는 교수가 있다는 것도 금시초문이다. 남을 때리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정신질환이 있는 모양이다.

교사가 학생을 교육목적으로 때리는, 이른바`사랑의 매`라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수업중에 교사와 학생이 격투를 벌여 둘 다 중상을 입는 일까지 벌어지니 실로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우리나라 교육현장이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이 나라에 교육이란 것이 있기는 있는지, 지·덕·체라는 교육의 근본 목적이 이미 오래 전에 실종된 것은 아닌지, 사법당국 등 정부 각 부처가 그렇게 노력하고 있는데도 야만적 학교폭력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래도, 미국처럼 학교에서 총기 난사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 것인가.

경기도 고양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지난달 27일 체육교사 B씨(46)가 2학년 A군(17)에게 의자를 들고 서 있게 하는 벌을 내렸다. 수업준비에 소홀하다는 이유였다. 학생이 벌을 제대로 서지 않자 교사는 학생을 밖으로 불러내 꾸짖었고, 감정이 격해져 교사와 학생간에 주먹이 오가게 됐다. 소동이 일어나자 다른 교실의 교사가 나와 싸움을 말렸다. 치고받는 주먹질이 얼마나 격렬했던지 교사는 얼굴뼈에 금이 가고 학생은 이빨 1개가 부러지는 등 피차 중상을 입었다. 학교측은“학생이 먼저 폭력을 행사했다”고 하고, 학생들은 “교사가 먼저 때리자 학생이 참지 못하고 같이 폭행했다”고 증언한다. 결국 치고받고 격투를 벌인 양측이 다 잘못을 했고, 교육현장에서 결코 있어서 안될 사건이 벌어졌다.

OECD의 국제학업성취도 조사에서 한국은 상위권에 속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스웨덴의 한 일간지는 한국 교육현장을 답사한 후 이런 기사를 실었다. “학교에서 12시간 공부하고 다시 학원에 간다. 한국 교육의 본질은 어머니들의 압력에 있다. 시험성적은 좋지만 아이들이 미래를 꿈꿀 시간이 없다. 또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학교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들은 폭력, 집단 따돌림, 자살에 내몰린다”

성적경쟁만 있지, `교육`은 없더라는 소리다. 그리고 학부모들은 경악스러운 사교육비 부담을 지고 있다는 말도 했다. 학교 줄세우기, 학부모의 학력 허영심, 시험성적으로 한 인간의 가치를 평가해버리는 사회풍조 등등 비교육적 관행이 교육계를 지배하는 이 현상을 이제 뜯어고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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