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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나눔 장터를 확장하자

등록일 2014-01-20 02:01 게재일 2014-01-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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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북동부지역본부의 조사에 의하면 포항, 경주, 울진 등 동해안지역에서 교복비 지원이 필요한 세대는 138세대라 하는데, 이 수치는 재단에서 지원하고 있는 대상자를 바탕으로 한 통계이니,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가정이 자녀 교복비가 부담스러울 것으로 추정된다. 이 나마 포항과 경주 등 도시규모가 큰 지역에서는 일부 가정이 지자체의 지원을 받지만 타 지역에서는 정부 지원금 외의 다른 지원이 없는 실정이다.

교복 나눔 장터를 가장 잘 운영하는 곳은 대구시이다. 대구지역 교복나눔 규모는 중·고 167곳에 3만700여벌이다. 남구청은 지난해 12월부터 지역 중 고 16곳에서 교복을 기증받아 보수 세탁해 다음달 13일 구청 도림피아홀에 2천여 벌을 내놓는다. 중구청·달서구청·수성구청·북구청도 다음달 25일까지 기증받은 교복을 판매하고, 비영리 단체인 아름다운가게와 행복한 가게, 자원봉사센터 등은 교복 대물림을 돕는다. 가격은 일습을 다 갖춰 1만원이다. 새 교복을 맞춰 입으려면 20~30만원 정도 들 것이다.

대구의 교복나눔은 2009년 달서구에서 처음 시작됐고, 이후 2011년 남구와 중구, 2012년 수성구 등 대구 전역으로 점차 확대됐는데, 교복 판매가 시작되면 구청 앞에 500m 이상 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대구의 교복나눔 장터 행사는 유별난 것으로, 구청까지 나서서 수개월간 교복 대물림을 준비하는 사례는 전국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렵다. 간혹 사치 허영에 물든 학생들이 있어서 굳이 고가의 새 교복을 고집하는 학생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물려 입은 교복이라 해서 찜찜하게 생각하는 학생은 없다고 한다. 오히려 “선배의 교복을 받아 입었다”고 자랑할 정도이다.

안동 경일고등학교는 2001년부터 13년째 교복 물려주기를 해오고 있다. 새 학기 등록금과 각종 교재값 등으로 허리가 휘는 학부모들을 돕기 위함이다. 선배들은 입던 교복을 깨끗이 세탁하고 헤어진 곳을 보수해서 후배들에게 물려주는데, 가끔 “이 교복의 주인이 될 후배님, 항상 행운이 깃들길 바란다. 더욱 열심히 공부하라”란 격려의 메모지를 주머니에 넣어주는 선배도 있다. 안중렬 교사는 “처음에는 남이 입던 옷을 물려 입는다는 생각에 주저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절약과 나눔의 정을 느끼게 하고 학부모에게는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행사로 정착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아직 많다. 초록우산은 입학시즌 전까지 재단 차원에서 모금활동을 벌여 저소득층 한 가정당 45만원씩 지원할 예정이다. 초록우산 경북동부지역본부의 노력에 많은 시민들이 협력해 교복 나눔 장터가 더 확장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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