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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고립 자초하는 일본

등록일 2014-02-10 02:01 게재일 2014-02-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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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랑스의 한 소도시 암굴렘에서 국제만화페스티벌이 열렸다. 유럽과 아시아 등에서 매년 많은 작가들이 작품을 보내와 `만화계의 칸 영화제`라 불리운다. 특히 올해는 제1차 세계대전 100주년을 맞아 `전쟁 상황과 여성 폭력`을 테마로 정했다. 한국에서는 경주 출신의 이현세를 비롯, 박재동, 신지수 등 현역 작가 10여명의 작품 20여점이 전시되었는 데, 일제가 한국의 소녀들을 성노예로 강제동원했던 당시의 일을 소재로 했다.

공장에 취직시켜준다고 속여 유인해 가고 길가는 처녀를 강제로 차에 태워 끌고가기도 했던 그 만행을 성토하는 풍자만화들이었다. 24개의 액자를 배열한 신지수 작가의 `83`은 위안부 할머니가 소녀로 변해가는 과정을 표현했고, 1931년부터 83년이 흘렀다는 의미를 작품제목에 담았다. 박재동씨의 작품 `나의 살던 고향`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성노예 소녀들의 애끓는 심정을 표현했고, 이현세 작가의 `오리발 내뽄도`는 반성할 줄 모르고 변명만 하는 일본의 가증스러운 일면의 고발했다.

프랑스 만화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의 큰 손인 일본은 갖은 계략으로 이 전시회를 방해했다. 전시회 조직위에 1만6천통의 탄원서를 보냈고, `위안부에 대한 조작된 역사`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설치했다가 철거를 당했다. 라파엘 퀴르 국제미술평론가협회 회장은 “이번 전시회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진실한 목소리가 국제사회에 전해지는 통로가 될 것”이라 격려하고, “피해 할머니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회는 의미가 크다”고 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 회장은 “위안부는 어느 나라에나 있었다”면서 성노예 소녀들을 매춘부로 취급했다. NHK의 한 경영위원은 “도쿄전범재판은 미국의 원폭 투하를 무마하기 위한 수단이며, 장개석이 일본의 난징 대학살을 선전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는 망언을 내뱉었다. 최근`일본군 위안부문제 관련 한·중·일 학술회의`가 열렸는 데, 학자 50여명이 참여했고, “중국인 위안부가 한국인보다 많았다”는 조사결과도 발표됐다. 난징(南京) 대학살에 대해서는 중국인들이 이미 상당한 증거자료를 수집해놓고 있다.

티머시 하첸스 주일 영국 대사는 한 강연회에서 “과거의 잘못을 만회하는 최선의 방법은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고, 보다 좋은 미래를 적극적으로 구축하는 것”이라며 아베정권에 쓴소리를 했다. 아베가 전범을 추모하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자행한 후 미국정부가 “실망했다”고 비판한데 이어 일본에 우호적이었던 영국까지 “이건 아니다”라는 충고를 한 것이다. 국제사회가 만화로, 다큐멘터리로, 영화로 일본의 만행을 국제사회에 폭로하기 시작하면 그 때 후회해봐야 이미 늦다. 외교 고립을 피할 방법은 솔직한 고백과 사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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