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규정 강제성 없어<Br>주택가 등 쌓인 눈 그대로<BR>성숙한 시민의식 따라야
“집앞에 쌓인 눈을 제가 꼭 치워야 하나요. 공무원들이 나와서 치워야 하는 것 아닌가요”
지난 9일 밤부터 포항시 일대를 강타한 폭설로 다음날인 10일 오전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의 표정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시가지 내 주택가 및 아파트단지에서는 출근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시민들이 차량에 쌓인 눈을 치우고 타이어에 스노우체인을 감는 풍경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차량들은 비상등을 켠채 수북이 쌓인 눈속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운전을 포기한 채 도보로 출근하는 시민들은 빙판으로 변한 골목길에서 혹시라도 넘어지지 않을까 잰걸음으로 조심스럽게 발길을 내디뎠다.
이처럼 하루 밤새 도심 전체가 `눈밭`으로 변했지만, 원할한 출근길을 위해 집앞에 나와 자발적으로 눈을 치우는 시민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나마 공동소유의 마당을 보유한 아파트단지에는 이·통장을 주축으로 제설작업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나 단독가정이 대부분인 주택가 골목길에는 눈을 치우는 시민을 보기 힘들었다.
일명 `내집앞 눈치우기 조례`라 불리는 `건축물관리자의 제설 및 제빙 책임에 관한 조례`에는 눈이 내렸을 때 건축물의 소유자, 점유자, 관리자는 주변도로에 대한 제설·제빙작업을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과태료 부과 등 벌칙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사실상 강제성이 없다보니 시민들은 이같은 조례를 전혀 모르거나 알고 있어도 실천에 옮기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시민들이 자진해서 집앞에 쌓인 눈을 치우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으면서 이날 시가지 곳곳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교통사고 및 출근길 통행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
포항시 관계자는 “이 조례는 사실상 강제성이 존재할 수가 없다. 눈이 내렸는데 공무원들이 제설작업에 참여하지 않고 단속에 나서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며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다소 수고스럽더라도 내 집앞의 눈 정도는 치운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형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고세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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