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포항시는 이번 사상 최악의 폭설을 무난히 치러내고 있다. 그것은 지난 2, 3년 간의 학습효과이다. 불과 28㎝ 쌓인 눈에도 시가지 전역의 교통이 마비되고, 제설작업은 늑장대응에 느리기만 했으며, 차량이 거의 다니지 않아 며칠씩 걸어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많았다. 심지어 3.6㎝의 눈에도 교통대란을 겪었다. 물론 혹한과 함께 내린 눈은 금방 얼기 때문에 대응하기 어려웠지만 철강공단의 대기업들은 스노체인을 장착한 통근버스를 재빨리 투입했던 것과 비교하면 포항시의 대응은 한가하기만 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최악의 폭설`에 대응하는 포항시와 경북도의 자세는 매우 기민하고 적극적인 것이었다. 상옥으로 넘어가는 고갯길 3개가 재빨리 열리는 것을 보고 시민들은 놀랐다. 그리고 “며칠 시내 교통이 마비되겠지”하고 생각하던 시민들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공무원들과 군·경이 신속히 투입돼 밤샘 제설작업을 벌였고, 자원봉사자들도 적극 나섰으며, 대구시와 대구은행 등의 지원도 늦지 않게 이어졌다. 지난 몇 년간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그 경험이 약이 된 셈이다. “포항도 이제 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인식이 심어졌고, 대응매뉴얼도 세밀히 짜여졌던 것이다.
이번 폭설에는 공무원 2천여명, 군장병 600여명, 경찰관 200여명이 투입되고, 자율방제단 140여명, 제설장비 258대가 투입됐다. 그리고 시내버스 40여대에 스노체인을 장착해 통행토록 독려하고, 시내택시에도 협조를 구했으며, 시민들에게는 방송을 통해 시내버스 이용을 홍보하기도 했다. 그리고 오천지역 주민 150명을 비롯, 우창동 새마을금고, 연일읍 새마을부녀회 등이 자원봉사에 나서 제설작업을 도왔다.
특히 대구시는 제설제 살포기와 15t 제설차량 4대, 다목적 차량을 긴급지원해주었고, 대구은행은 기존 자영업자 재해 피해자 대출을 피해 가계로 확대해 1인당 최고 5천만원까지 지원하고, 신용대출에 대해 최고 1.0%의 금리를 감면토록했다.
그러나 옥에 티도 있었다. 상당수 학교들이 휴교하거나 등교시간을 늦췄는데, 일부 학교는 제때 통고를 하지 않아 학생들이 힘들게 학교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일도 생겼다고 한다. 재해때 가장 기민하게 보호해야 할 대상이 학생인데, 정작 학교가 이러니 실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