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여자 컬링팀은 이번 소치동계올림픽 출전 10개국 중 랭킹10위이고, 이번이 첫 올림픽 출전이다. 그러나 성과를 보면 핸드볼의 `우생순`을 연상시킨다. 한국의 컬링 나이는 겨우 20세다. 실업팀도 없고, 선수들이 뻗어나갈 곳 없으니 학생시절 취미로 하다가 뿔뿔이 살길 찾아 흩어졌다. 경북 의성여고에서 컬링을 했던 이슬비는 유치원 보조교사로 취업을 했고,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컬링으로 전향한 김은지, 중국 유학중 컬링에 접한 김지선, 초등학교때부터 컬링을 해온 엄민지, 그리고 컬링 1세대 신미성 선수. 이들을 불러모은 지도자는 현 대표팀 감독 정영섭(57) 당시 경기도청 감독이다. 중학교 교감출신인 그는 전국을 돌며 선수들을 찾아냈다.
비인기종목의 신생팀은 괄시를 받기 마련이다. 태릉선수촌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인근 분식집이나 모텔에서 숙식을 했고, 외국 선수가 쓰다 버린 일회용 브러시 패드를 주워 빨아 쓰기도 했으며, 브러시를 들고다니면 “유리창 닦으러 다니냐?”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2002년 미국 비스마르크 선수권에서는 9전9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2년 3월 캐나다 세계선수권에서 4강에 올랐다. 벤쿠버올림픽 우승팀인 스웨덴과 종주국 스코틀랜드를 격파했다. 지난해에는 겨울유니버시아드에서 은메달을 땄고, 소치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소치에서 우리 컬링팀은 초반부터 기염을 토했다. 선배격인 일본팀을 12대 7로 대파하면서 1차 예선을 가볍게 통과하더니, 컬링 강국 러시아를 8대 4로 꺽는 이변을 연출했다. 컬링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TV시청률이 10%대로 올랐고, “컬링을 배우고 싶다”는 전화가 협회에 많이 걸려온다. 사실 게임규칙을 알고 보니 그렇게 스릴 있고 아기자기한 게임도 없다. 컬링은 `빙판위의 체스`라 불리운다. 두뇌싸움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섬세한 손놀림과 평정심, 면밀한 전략 전술 없이는 결코 이길 수 없는 경기이고, 관전하는 사람들도 자기도 모르는 새 `선수의 일원`이 되어서 작전을 짜고 있는 `참여경기`이다.
컬링은 두 팀이 맞붙는 경기인데, 하우스 중앙에 자기 편의 스톤을 더 많이 올려놓는 경기이다. 방어(선공) 순번에서는 방어벽을 쌓는 전략전술을, 공격(후공)에서는 이 장벽을 제거하고 하우스 가까이 돌을 놓은 전략전술을 구사한다. 1회에 돌 8개씩 던져 10회까지 공방이 이어지고, 끝 앤딩에서 어느 편 스톤 몇개가 과녁에 더 가까이 와 있느냐를 가지고 점수를 매긴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섬세한 손놀림이 장점이고, 머리가 기민하게 잘 돌아가니, 컬링에 적절한 체질이다. 비록 이번 첫 올림픽 출전에 2승4패로 4강진출의 목표가 어두워졌지만 `우생순`의 성과는 거두었다. 컬링 실업팀이 많이 결성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