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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빙상의 미래는 양양하다

등록일 2014-02-20 02:01 게재일 2014-02-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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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의 선수단이 참가했고, 전 종목에 출전했으며, 상위 10위권 목표를 세웠지만 쇼트트랙에서 예상밖의 부진을 보이면서 실망감이 높았다.

안현수 선수의 러시아 귀화와 그의 눈부신 성과를 보면서 “한국빙상계의 근원적인 탈바꿈이 없으면 희망도 없다”는 말도 나왔다. 빙상연맹의 지도층 임원들은 낯을 들 수 없게 되었고, 대회 초반과 달리 경기장에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선수들은 “이럴 때 일수록 힘을 내자. 아직 남아 있는 경기가 많고, 메달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들이 대기하고 있다”며 서로 격려하며 힘을 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한 결의에 대답이라도 하듯이 18일 저녁에 있었던 여자 쇼트트렉 3000m 계주에서 우리 선수들이 보란듯이 금메달을 획득했다. 심석희, 박승희, 조해리, 김아람이 국민의 우려를 단숨에 날려주었다. 이들의 우승앞에서 지도자들은 펑펑 눈물을 쏟았다. 한국빙상이 기사회생(起死回生)하는 순간이었고, 허물을 상당 부분 벗겨주었기 때문이다.

남자 10000m에서 아쉽게 4위에 머물러 메달권에 들지 못했지만 빙상경기에는 상대팀의 교활한 방해공작도 있고, 운(運)도 작용하기 때문에 그만한 전적(戰績)도 빙상계에 쏟아지는 비난의 소리를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었다. 여자 3000m 계주는 8년전 토리노올림픽에서의 금메달 이후 첫 우승이고, 4년전 벤쿠버올림픽에서 1위로 들어왔지만 석연찮은 판정으로 메달을 놓친 그 통한을 이번에 설욕했다는 의미도 있어서 남자 10000m의 4위는 “한국 빙상의 이름값”은 한 것이다.

앞으로 김연아의 피겨가 남아 있고, 메달이 기대되는 경기가 아직 많이 있으니 빙상계에 쏟아지던 비난의 소리를 무마시킬 여지는 여전히 준비돼 있다. 또 지금부터 착실히 이상화 선수 같은 투지로 준비한다면 4년 후 평창에서의 영광도 기대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더욱이 그동안 지적되었던 빙상계의 부조리 비리 불합리한 운영방식 등이 상당히 정상화될 것이니 `평창에서의 영광`도 멀리 있는 꿈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소치에서 거둔 성과는 “컬링에 대한 재인식”이다. “그 경기가 그렇게 재미 있고 스릴 넘치는 경기인 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컬링을 배우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졌다. 외국에서는 청소년에서부터 노인층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민이 즐기는 대표적 경기가 컬링이다. 힘으로 하는 게임이 아니라 머리로 하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우리 컬링팀이 4강에는 들지 못했지만 랭킹 최하위 팀이 3강팀을 큰 점수차로 격파한 것은 통쾌한 쾌거였다. `서러움 많던 비인기종목`에서 벗어나 평창에서의 영광을 기대해도 좋을 유망종목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한국 빙상의 미래는 양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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