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영어교육의 문제점이 `벙어리 영어`였다. 외국인이 말을 걸어오면 도망갈 생각부터 하는 것이 바로 `외국인 무섬증`인데, 그것은 문법과 번역 위주로 된`입시용 영어교육` 탓이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원어민 보조교사를 채용했고, 그것은 긍정적 성과를 거뒀다. 정부는 2001년부터 한 학교 당 4천만원씩 지원해서 원어민 교사를 채용하게 했고, 2007년 전국에 86명이던 원어민교사가 2010년에는 376명으로 늘었다. 교육지원금 중 성공사례에 들만 했다. 그런데 이 예산이 대폭 깎였다. 지난해 212억원이던 것이 올해 164억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그 결과 포항지역 초등학교와 읍 면지역 중학교를 제외한 중고교에서 원어민교사가 사라지게 됐다. 결국 학원으로 학생들을 내쫓아 사교육비를 가중시키고, 어려운 가정은 교육기회마저 박탈당하며, 공·사립 간 학교 격차를 더 벌여놓게 됐다. 아낀 예산보다 더 큰 후유증을 만들어낸 것인데, 이것이 바로 `손대지 말아야 할 예산을 깎은` 부작용이다. 포항교육청 관계자는 “신임 영어교사 실력이 원어민교사보다 뛰어나 충분히 대처가 가능하다”고 했는데, 참으로 가소로운 `교육진단`이다. 한국에서 한국어로 생활하는 한국인 영어교사가 어찌 영어생활권에서 살아온 원어민교사보다 낫다는 말인가. `외국인 무섬증`을 무슨 수로 해결할 것인가.
테라 노바를 목표로 내건 포항시는 아름다운 간판·조화로운 간판·품격 있는 간판·에너지 절약형 간판이 내걸린 거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주변 건축물의 형태와 색깔 등과 잘 어울리는 간판이 좋은 간판”이라는 규정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최근 완공된 일부 옥외광고물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한다. 밤에는 표가 나지 않지만 낮에는 간판의 배경이 그대로 드러나 을씨년스러운 모습이다. 처음에는 뒷배경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고 했다가 지금은 예산부족을 이유로 추가보완은 어렵다고 오리발을 내민다. 그러니 “공연히 간판을 바꿨다”고 후회하는 상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돈만 들이고 손대서 망쳐놓는` 행정이 포항시의 새 도시 사업인가. 예산타령을 할 것이 따로 있다.